외국 근로자도 감원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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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북 김천에서 컴퓨터 모니터 부품을 만드는 N기업은 지난달 말 외국인 근로자 3명을 내보냈다.

이 회사가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죽하면 내보냈겠느냐"며 "주변 중소기업들의 처지도 비슷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건자재 생산업체인 T사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계획을 최근 포기했다. 대구의 K기계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받아 놓은 외국인 근로자 배정분까지 반납했다.

중소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싼 임금에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까지 감원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협중앙회는 전국 중소기업을 상대로 지난달 외국인 근로자 배정 신청을 받은 결과 공급 예정 인력(7천명)보다 신청 인원이 1천명 이상 모자랐다고 3일 밝혔다.

이 같은 미달 사태는 1994년 5월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가 도입된 지 9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만 해도 외국인 근로자 배정 경쟁률은 평균 5대1에 달했으나 올 2월 1.5대1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달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중앙회는 중소기업들이 이미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를 내보낸 경우도 올 들어 5월 말까지 1천7백57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 조업을 단축했기 때문"이라며 "자동차 부품 등 일부 업종과 국내 근로자들이 취업을 꺼리는 3D업체를 제외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려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 5월 기준 69.1%로 99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 상태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94년 도입한 제도다. 5월 말 현재 4만5천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전국 9천5백여 중소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산업연수생 규모를 총 8만명에서 13만명(불법체류자 7만여명 포함)으로 늘리기로 해 올해 더 들여올 수 있는 인력은 1만3천여명에 이른다.

산업연수생은 연3~4차례 배정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기본급(51만4천원) 외에 잔업수당 등을 합쳐 평균 1백20만원 수준으로 국내 근로자(평균 2백만원)보다 훨씬 싸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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