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아무리 잘해도 공부 못하면 대학 못 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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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선수 중 프로 선수가 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미국 스포츠 정책의 초점은 2%가 아닌 나머지 98%에 맞춰져 있다. 고교생을 선발할 때부터 대학졸업 후까지 학생선수들의 재사회화(resocialization)를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 입시 시스템은

미국에도 한국의 체육특기생 같은 전형이 있다. 1890년대 미국 대학교의 미식축구팀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돼 부정행위가 속출하자 1910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창립돼 이를 관리하고 있다.

 NCAA의 기준에 따르면 장학급 지급 비율(최대 100%)이 높은 디비전1으로 분류된 대학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대입 전까지 16학점(영어 4학점, 수학 3학점, 자연과학 2학점 등)을 이수해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를 얻어야 한다. 장학금 지급 비율이 50~80%인 디비전2는 14학점 정도를 이수하면 된다.

디비전3팀은 스포츠 동호회 수준이다. 운동능력이 상위이고 장학금을 많이 주는 팀일수록 요구하는 학력이 높다.

디비전1에 속하는 ASU는 학생선수의 학점이 C+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를 주고, 운동을 하루 3시간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한다.

미국 학생 선수들은 대회 중에도 학점 이수를 위해 학과별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운동부 학생은 중·고교 시절부터 공부와 담을 쌓는 한국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ASU에서 스포츠 관련 강의를 하는 한 미국인 교수는 한국 체육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민감한 얘기일 수 있어 내 이름과 얼굴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그는 “한국은 군사정권 시절 88올림픽을 겨냥해 선수들을 집중 육성했다. 한국 스포츠가 압축성장을 하면서 승리지상주의와 입시비리가 만연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최근 한국에서도 고교야구 주말리그를 만들고, 대학에선 선수 학점관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어설프게 흉내만 내선 체육 비리를 막을 수 없다. 스카우트 단계에서 감독-선수, 학점을 주는 과정에서 교수-선수의 ‘거래’가 생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템피=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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