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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천공항 폭파협박범 "테러 공포에 두려워하는 모습들 보니 내 속이 뻥 뚫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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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남자 화장실에 폭발물 의심 물체를 설치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공안부(윤상호 부장검사)는 18일 폭발성물건파열 예비 및 특수협박, 항공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유모(3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38분쯤 인천공항 1층 C입국장 옆 남자 화장실 첫 번째 칸에 들어가 양변기 위해 폭발물 의심 물체와 아랍어 협박 메모지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집에 있던 부탄가스통과 라이터용 가스통, 생수병을 일렬로 배치한 뒤 전자식 악기 조율기와 비올라 줄을 연결하고 건전지를 넣는 등 폭발물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이 물체는 기폭장치가 없어 실제로 폭발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협박 효과를 극대화하고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범행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 번역기를 돌려 아랍어로 된 협박 메시지도 작성했다. '너에게 경고한다. 신이 처벌한다. 마지막 경고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도주를 하면서도 폐쇄회로 TV(CCTV)를 의식해 물체를 담았던 대형 쇼핑백을 공항에서 완전히 벗어난 뒤 투기했다. 입었던 점퍼를 벗었다가 다시 착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원에서 비올라를 전공한 유씨는 대학원 졸업 후 특별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친구도 거의 없는 외톨이였다. 그는 혼자 정처 없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일상을 보내거나 폭탄 제조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폭발물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영상을 반복 시청하기도 했다.

유씨는 검찰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져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혀 심리적 보상을 얻기 위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범행 후 실시간으로 뉴스 속보가 이어지고 온 나라가 테러 공포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느낌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유씨의 단독 범행인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사회에 대한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세상에 삐뚤어진 복수극을 한 유씨를 엄벌하는 한편 인천지검 내에 테러대응체계를 구축해 다중 출입시설에 대한 범죄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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