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이베리아 파병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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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부군과 반군 간에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 대통령에게 사임할 것을 재차 촉구하는 한편 미국 정부도 국제평화유지군 자격으로 병력 파견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는 "미 국방부가 라이베리아 내전 종식을 감독한 국제평화유지군에 동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고려되는 파병 규모는 5백~2천명 규모다.

미국의 압력=부시 대통령은 2일 "라이베리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테일러 대통령이 지금 라이베리아를 떠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테일러 대통령의 하야를 통해 내전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지난달 17일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협정에 서명했으나 테일러의 번복으로 전투가 재개됐다. 테일러는 최근 안전한 은신처를 제공하겠다는 나이지리아의 비밀 제의와 미국 쪽 사퇴 압력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자세다.

테일러 대통령은 1989년부터 반군 지도자로 내전을 이끌다 90년 9월 새뮤얼 도 당시 대통령을 살해하고 권력을 잡았다. 이후 내전도 확대됐다. 97년 신정부를 출범시키고 대통령이 된 테일러는 내전 중인 인접국 시에라리온의 반군을 지원, 최근 전범으로 기소됐다.

부시의 고민=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 미국대사관 앞에 사람들이 시체까지 갖다놓고 부시 정부에 도움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다음 주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있는 부시로서는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파병을 승인하면 그 자체가 2000년 대선 기간 중 자신이 내건 공약을 뒤집는 것이어서 부시는 고민이다.

박경덕 기자
사진=몬로비아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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