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북 정권 변화시키겠다” 대북정책 대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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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쥔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에서 ‘국정에 관한 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김정은 정권” 등의 표현을 쓰며 북한 정권을 비판했다. 또 대북제재와 민생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대목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진 강정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관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걸고 협상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북한을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 26분간 국회연설
“개성공단 중단은 시작 불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접고
체제 붕괴도 처음으로 언급
“국민 단합 어느 때보다 절실”

 박 대통령은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앞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선도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조를 이끌고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기존 방식과 선의론 북한 정권의 핵 개발의지를 꺾을 수 없고, 한반도에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북한의 도발에 굴복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켜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도록 만들 것”이라며 " 고통받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북한 정권이 핵으로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래 북한의 “체제 붕괴”란 표현을 쓴 건 처음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의 붕괴를 뜻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라는 표현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둘 만큼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걸 표출한 셈이다.

고려대 남성욱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사실상 종결한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직접 이끌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국회 연설을 통해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26분간 7600여 자의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로 남북관계 개선정책이 배신당한 데 대한 심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정면 도전” “극단적인 도발행위”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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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앞부분에서 박 대통령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등을 열거했다. 그러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북 지원은 민간 차원까지 더하면 30억 달러를 넘어선다”며 “이런 정부의 노력과 지원에 대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대답해 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설에 등장한 강한 표현들은 박 대통령이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극도의 위기감이 담긴 것”이라며 “대통령은 그런 경각심을 국민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연설을 준비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민 단합, 군의 애국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였고, 나아가 전 세계에 외치는 통합의 메시지였다”고 논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단행한 배경에 대해 솔직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기대에 못 미쳐 실망”이라며 “단순히 돈줄을 죄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개성공단 중단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글=신용호·전수진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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