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행위론' 어떤 결론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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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 사건이 4일 오후 3시 첫 재판(서울지법)을 시작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 이 사건에 관여한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주장해온 '통치행위론'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최대 관심이다. 수사를 해온 송두환(宋斗煥)특검팀은 "판단은 법원에 맡기겠다"고 한 상태다.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임동원(林東源.전 국정원장).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근영(李瑾榮.전 금감위원장)씨 등 기소된 거물급 인사 8명에 대한 재판과정도 주목된다. 일단은 통치행위 여부를 떠나 실정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은 병합 심리 대상이어서 대부분 한꺼번에 법정에 선다.

박지원씨에 대해선 직권남용 혐의의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재판을 앞두고 특검팀이 가장 신경을 쏟는 부분이다. 朴씨 측은 "2000년 5~6월에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으므로 산업은행에 대출 압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특검팀은 朴씨가 당시 대통령 특사 신분이었으며 이기호씨의 지위(경제수석)를 이용 또는 공모해 압력을 가했다는 부분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朴씨는 정부가 북측에 지원키로 약속한 1억달러를 현대 측에 대신 지급토록 했으며, 이를 마련하려고 이기호씨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소명할 자료와 정황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측의 이근영(사건 당시 총재).박상배(朴相培.전 부총재)씨에 대한 배임 혐의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특검 측은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한 현대상선 등에 수천억원을 대출한 것이 명백한 해사(害社)행위라고 공격할 계획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대출이 관계장관 회의 등에서 수차 강조됐던 일이고▶개인적으로 재산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으며▶대출금이 모두 회수됐다는 이유로 배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방어할 태세다.

정몽헌씨에게는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낸 돈을 회계장부에 '선박 구입비'로 허위 기재했다는 혐의(허위공시 등)가 걸려 있다. 鄭씨 측은 당시의 불가피했던 상황을 재판부에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동원씨 측은 공소장에 드러난 사건 관여 부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2억달러 송금과 직결되지 않은 모호한 혐의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따진다는 방침이다.

최규백(崔奎伯)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변호인은 "특수 공직자인 국정원 직원의 경우 상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변론을 할 계획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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