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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0.4배…은행주 바닥 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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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근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 중 하나는 ‘은행주’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함에 따라 이들 지역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질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인 국내 은행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한·KB·하나금융 주가
3~5% 상승세로 급반전
개인종합계좌 허용 호재
유럽·일본과 영업환경 달라

 유럽 은행 위기설은 독일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코코본드)에서 시작됐다. 코코본드는 채권처럼 거래되다 은행 재정상태가 나빠지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상품이다. 배당가능 이익이 없으면 이자 지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 이달 들어 도이체방크가 코코본드 배당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거란 루머가 퍼졌다.

이에 따라 도이체방크 주가는 11일까지 19%나 급락했다. 도이체방크가 12일(현지시간) 54억 달러 규모의 자사 채권을 사들인다고 발표하며 주가가 반등했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 후 유럽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부실 채권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행 사례는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 은행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 주가는 이달 들어 11일까지 25% 가량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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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유럽 의 전례를 본 투자자들에게 일본 은행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은행주도 유럽과 일본은행의 주가폭락 여파로 지난주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15일 신한·KB·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주 주가가 3~5% 상승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은행업종 하락폭은 4.7%로 코스피 보다 0.4%포인트 컸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가격 부담이 없는 은행주에 돈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신증권에 따르면 은행업 전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9배로 자산 대비 저평가된 상태다. PBR이 1보다 낮으면 실제 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주요 은행별로도 신한금융지주가 0.58배로 0.5를 넘을 뿐 KB금융(0.37)과 하나금융(0.26)·우리은행(0.29)·기업은행(0.39)은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의 PBR을 기록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14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은행에 허용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영역이던 투자일임업을 ISA에 한해 허용한 건 은행의 자산관리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국내 은행주가 유럽과 일본발 은행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15일 시중은행의 긴급 외화유동성 상황을 점검한 결과 3개월 외화 유동성비율은 108.1%로 지도기준(85%)보다 높았다. 또 유럽계 은행을 통해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금액인 익스포저(대출, 유가증권, 지급보증 합계)는 74억 달러로 전체의 5.5% 수준에 불과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은행권이 장기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많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계 자금의 이탈도 예상된다.

김은갑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주요 고객인 전자·조선·기계업종이 투자할 여력이 별로 없다”며 “이들 기업 대출이 줄어드는 건 은행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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