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 2년만에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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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투자자들이 3일 국내 증시에서 2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이날 순매수(산 금액-판 금액) 규모는 5천1백91억원으로 2001년 4월 19일 이후 최대치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한 때 700선에 바짝 근접한 698.43까지 치솟았으나 개인투자자들이 3천9백62억원어치를 순매도해 결국 전날보다 1.03포인트(0.15%) 오른 686.83으로 마감했다.

외국인 왜 많이 사나=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하반기에 미국과 한국 경기가 회복할 것으로 보고 미리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제조업지수 등 경기지표가 여전히 좋지 않고, 이달 발표되는 2분기 기업실적도 신통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서는 경기가 바닥권이라는 인식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기의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대미 수출이 살아나고 있고, 대중국 수출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남인 주식인수본부장은 "LG카드와 삼성카드가 후순위채 발행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SK글로벌과 카드채 문제가 수그러들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의 매수 열기를 가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은 "이달 중순부터 나올 한국과 미국의 2분기 기업실적 발표도 양국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700 돌파 가능할까=증권사들은 최근 종합주가지수 700 돌파를 감안한 매매 전략을 잇따라 내놓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우량주를 사들이되 순환매 차원에서 금융주와 실적호전주의 상승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투자전략이다.

SK증권 김준기 연구원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장세에서도 20일 이동평균선인 660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700 돌파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도 결국 700 돌파에 실패했지만 추세적으로는 상승 장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국내 수급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고, 정부의 부동산 억제 의지가 강해 부동자금이 증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계속 사들이면 700선 돌파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개인들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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