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야구 MVP 테임즈의 앵그리&헝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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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NC다이노스의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30).

그는 스프링캠프장에서 하루종일 웃고 있었다. 아침에 스트레칭을 할 때부터 수비·타격 훈련을 마칠 때까지 그랬다. 점심식사를 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때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아넥스 필드에서 12일(한국시간) 만난 테임즈는 "날씨가 상쾌한 곳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트레이닝을 하는 게 정말 즐겁다"며 "재미있게 훈련하고 경기 때 집중하는 것이 내 방식"이라고 말했다.

테임즈는 지난해 47홈런-40도루에 성공, KBO 리그 최초로 40-40 클럽에 가입했다. 타격 1위(0.381)·타점 2위(140개)·홈런 3위(47개)에 오른 그는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는 새로운 마음으로 2016년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해 성적이 워낙 좋아서 새 시즌이 반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하. 지난 시즌은 이미 끝났다. 미국(캘리포니아주 산 호세)으로 돌아온 뒤 모두 잊었다. 2015년 기록을 떠올리지도, 영상을 보지도 않았다. 오프시즌 때는 개인훈련을 하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비디오 게임도 즐긴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시즌이었지만 팀은 우승을 하지 못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서 한 경기만 더 이겼다면 우리가 한국시리즈에 갔을 것이다. 두산이 잘하긴 했지만…. (2승3패로 물러나) 정말 아쉬웠다. 너무 화가 나서(so angry) 미국으로 돌아가선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를 보지 않았다."
올해는 NC가 우승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삼성에서) 3루수 박석민이 왔고 재크 스튜어트, 에릭 해커 등 지난해 주축 투수들이 올해도 NC에서 뛴다. 지난 2년 동안 NC 유니폼을 입고 이 팀이 성장하는 걸 봤다. 팀과 함께 나 또한 발전했다. 이제 NC는 우승할 수 있는 팀이 됐다."
NC도 그렇지만 당신의 기량도 발전했다.
"그렇다. KBO리그에서 뛰면서 상대 투수를 파악하고 스타일을 연구하는 방법을 배웠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지난해 좋은 기록을 냈지만 난 아직 배고프다(still hungry). 모든 면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홈런왕 경쟁자 박병호(미네소타), 타격왕 경쟁자 김현수(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둘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미국으로 갔다고 해서 내가 KBO리그 최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야구에서는 언제든지 새로운 선수가 등장한다. 새 시즌이 시작되면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선다. 과거의 나를 뛰어넘는 게 우선이다."

테임즈에게 "그럼 올해 50홈런-50도루가 가능하겠느냐" 고 물었다. 그는 껄껄 웃으며 "그 정도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혹시 올 시즌 출발이 좋다면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MVP 부상으로 자동차(쏘렌토)를 받았는데.
"한국에서 지난 2년 동안 택시를 지겹도록 타고 다녔다. 멋진 상을 받았으니 (되팔지 않고) 내가 직접 타야하는 거 아닌가. 이제 길도 알 것 같으니 올해는 운전을 해보겠다. 차는 창원야구장 주차장에 잘 보관해뒀다."

투손=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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