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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맛있는 섹스…' 감독 봉만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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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개봉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봉만대(33) 감독은 충무로에서는 '초짜'지만 에로 비디오계에서는 이미 스타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한 '모모''귀공녀'등 각본과 연출을 겸한 15편의 에로물에서 그는 도식적이고 무성의한 성 행위 묘사가 대부분이었던 기존 에로물을 뛰어넘는 감각을 인정받았다. '봉만대의 에로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게 '봉만대 매니어'들의 주장이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개봉 사흘 만에 전국 관객 10만명(서울 5만명)이 들었다. 투자가 여의치 않아 도중하차할 뻔한 위기를 맞았던 때를 떠올리면 언제 그랬나 싶은 성적이다. '낯 뜨거운'장면이 많았는데도 예상 외로 커플 관객이 많았다는 게 제작사인 기획시대의 전언.

봉감독은 지난달 28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커플 관객들을 보며 "아니, 대낮에 이 영화 보고 나면 어디들 가려고 그러세요?"란 무대 인사를 해 폭소가 일기도 했다. 노출 수위가 센 만큼 촬영장에서 그의 지도도 세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섹스 장면마다 소제목을 달아 김서형.김성수 두 배우가 자신이 요구하는 느낌의 연기를 정확하게 소화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에로 영화를 찍는 데 이골이 난 그는 배우들이 머뭇거리거나 헷갈려 할 때마다 직접 나서서 시범을 보였는데, 이때 상대 역으로 동원된 스태프에게 '섹스 마루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단다.

음악을 전혀 틀지 않고 배우들의 신음 소리 등 육성이 생생하게 전달되도록 한 것도 '맛있는'섹스를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이 반영된 부분이다. 봉감독은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에로티시즘, 말이 아닌 몸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로 관객과 만나는 것이 내 희망"이라고 말했다. 아참, 예명이 아닌가 질문을 자주 받는 봉만대라는 이름은 본명이란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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