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사드 배치 지역, 기존 미군기지 아닐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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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사진 중앙포토]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실무협상단을 다음주에 구성하기로 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말했다.

평택 유력하지만 북에 표적 우려
후방 제3지역 후보지 가능성
전파 강력해 사람에 치명적일 수도
미국도 인적 없는 곳, 해안 등에 배치
구매는 미국, 부지?운용은 한국 분담

사드 업무에 정통한 이 당국자는 9일 “분석을 하면 할수록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다”면서 “ 더 이상 협상 시기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정부 내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중국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며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협상을 조속히 시작하고, 협상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다는 게 한·미 두 나라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당국자는 “사드 배치 비용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부담하되, 한국은 부지만 제공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5개 사드 포대(1개 포대는 레이더 1개, 통제장치, 발사대, 미사일로 구성됨)를 도입했으며, 2개 포대를 추가로 주문했다.

실무협상이 마무리되면 부지 조성과 배치 등에 1년여가 걸리는 만큼 이르면 내년 초께 사드가 배치될 수 있다고 국방부 당국자들은 전망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공식 협의하기로 하면서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미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공동실무단을 조만간 구성해 사드 배치 부지 등을 우선 검토키로 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9일 밝혔다. 실무단이 마련한 사드 배치 방안을 한·미 양국이 승인하면 배치가 최종 결정된다.

이와 관련,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사드 배치 지역은 기존 미군 부대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택 등 주한미군 기지가 아닌 제3의 후보지가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주한미군과 사드 제작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평택을 비롯해 사드 배치 후보지 5~6곳을 조사했다고 한다. 국방부 내부에선 사드 포대가 평택기지에 배치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미군은 2017년 완공되는 평택기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노출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사드 배치를 당연한 절차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와 군산 등도 주한미군 기지가 있어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실제로 주한미군에 64기가 배치돼 있는 요격용 패트리엇 PAC-2·3 미사일도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 오산·수원·왜관 등 미군 기지에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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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운용 개념도. 미군이 2013년 9월 10일 하와이 인근 섬에서 실시한 사드의 요격용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사진 제공=미 국방부 미사일 방어국][자료제공=록히드마틴, 레이시온]

하지만 군 고위 관계자가 사드를 기존 주한미군 부대가 아닌 곳에 배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함에 따라 주요 시설이 있는 후방 지역 ‘제3의 장소’에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복수의 군 관계자는 “사드 배치 지역 결정에는 사드 레이더가 내는 강력한 전파 문제(지역주민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레이더는 2만5000여 개에 달하는 송수신 소자가 쏘아대는 강력한 전파 때문에 반경 2.4~5.5㎞ 내에 있는 차량과 항공기 전자장비가 훼손될 수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사드 레이더는 적 미사일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고출력 전자기파를 뿜어낸다”며 "주변 장비를 망가뜨릴 뿐 아니라 사람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미국은 현재 5개의 사드 포대를 인적이 없거나 바다와 인접한 군 기지에 배치했다.

국방부에선 한·미 간 협의를 서두른다면 내년에 한반도 내 사드 배치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가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규모는 1개 포대가 유력하다.

미군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5개 포대를 미 텍사스 포트 블리스와 괌 등에 실전 배치했다. 6, 7번째 포대는 미 국방부의 발주로 제작(미 록히드마틴)에 들어간 상태다. 이르면 2017년 추가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군 소식통은 “미국이 조만간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한국에 2개 포대 이상을 배치할 여유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사드 1개 포대를 주한미군에 배치할 경우 부지 및 운용 비용은 한국이, 구매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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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후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요시카와 모토히데 유엔 주재 일본대사,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왼쪽부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촉구하며 제재에 신중한 중국에 협조를 호소했다. [뉴욕 AP=뉴시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1개 포대로는 남한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밖에 방어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우선 1개 포대를 배치한 뒤 나중에 1개 포대를 한국이 돈을 들여 구매(1조~2조원 추산)하거나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현실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선 150㎞ 상공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사드 이외에 PAC-2·3(40㎞ 상공)와 SM-3 미사일(500㎞ 상공) 등 세 가지 무기체계가 필요하다”며 “일본은 세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오산기지 등에 배치된 패트리엇 PAC-2·3 미사일이 전부”라고 말했다.

신용호·현일훈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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