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강진, 무너진 건물 기둥 속 웬 깡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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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실종자를 수색 중인 구조대. 무너진 건물 기둥 속에 식용유통이 박혀 있다. [타이난 AP=뉴시스]

지난 6일 새벽 대만 남부 타이난(台南)시에서 일어난 규모 6.4의 지진으로 9일 현재 최소 41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4일째 구조…사망 100명 넘을 듯
부실공사 ‘두부공정’의혹도 제기
시진핑 “양안은 운명공동체” 위로

9일을 기해 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을 넘기면서 대만 현지 당국은 사망자가 1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만 중앙재해대책센터는 9일 밤 현재 41명이 사망하고 103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생후 10일 된 갓난아기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상자는 544명에 달했다. 사망자 가운데 남성 16명, 여성 22명 등 38명이 16층짜리 웨이관진룽(維冠金龍) 빌딩에서 희생됐다.

라이칭더(賴淸德) 타이난 시장은 웨이관진룽 빌딩에서 생명 신호가 확인돼 굴착기 등 중장비를 이용해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대원과 경찰 등 구조인력 4611명이 인명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웨이관진룽의 등기상 거주자는 256명이었지만 춘절 연휴를 맞아 가족들이 찾아오면서 지진에 휘말린 사람들이 더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웨이관진룽 빌딩에서만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이 건물이 ‘두부공정’(부실공사)으로 지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에서는 부실공사로 지은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두부에 비유한다.

대만 언론들은 빌딩 잔해에서 식용유통으로 만들어진 건물기둥이 발견됐다면서 부실시공 증거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건축 전문가들은 장식용 건물기둥에 사용된 재료라고 추정했다.

타이난 검찰은 빌딩 건설업자인 린밍후이(林明輝) 전 웨이관건설 사장 등 3명을 체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법원에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고 대만중앙통신(CNA)이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 “양안(중국과 대만)은 운명공동체”라며 지진 피해자를 위로하고 지원의사를 밝히면서 ‘대만 민심잡기’에 나섰다. 중국 홍십자회(적십자회)는 대만 지진 위로금으로 200만 위안(약 3억6000만원)을 기부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자는 8일 타이난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로했다.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중국 연예인인 황샤오밍(黃曉明)·안젤라 베이비 부부가 100만 위안(1억8000만원)을 쾌척하고 대만 유명가수 저우제룬(周杰倫)이 200만 대만달러(7200만원)를 기부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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