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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지구 종말 멀지 않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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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과학자회보(BAS)는 지난 1월 26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운명의 날 시계’가 자정 3분 전에 머물러 있다고 발표했다(왼쪽).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최근 북한은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등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인류가 자멸의 시간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섰을까?

핵위협과 기후변화로 ‘운명의 날 시계’
지난해의 자정 3분 전에 그대로 머물러

핵무기와 기후변화 등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요인을 연구하는 미국 핵과학자회보(BAS)는 우리가 종말에 바짝 다가섰다고 발표했다. BAS는 1947년부터 매년 ‘운명의 날 시계’를 재설정했다.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위협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려는 의도다.

지난 1월 26일 BAS는 ‘운명의 날 시계’를 지난해 앞당긴 자정 3분 전으로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자정은 지구 종말 시간을 가리킨다). 1983년 이래 자정에 가장 가까운 설정이다. BAS는 1945년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모른 체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립했다.

레이철 브론슨 BAS 대표는 26일 “무척 실망스럽게도 우리 시계가 자정 3분 전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 교수로 BAS 후원회장인 로렌스 크라우스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종말을 피하려는 노력에서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대다수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약속한 파리 기후협약과 이란 핵합의(이란은 서방의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핵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조짐에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핵긴장은 더욱 고조됐고,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실험하며,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분쟁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크라우스 교수는 “더구나 기후변화 대응은 겨우 첫걸음을 뗐으며 많은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적절히 줄이는데 필요한 고통스런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곗바늘을 재설정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라 상황이 대부분 그대로 지속된다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아울러 BAS는 핵무기를 ‘현대화’하려는 미국의 계획에도 좌절감을 표했다. 그 비용만 1000억∼1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막대한 경제적 소모만이 문제가 아니다. 크라우스 교수는 “핵무기를 갖지 않은 나라들이 미국의 핵무기 현대화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BAS는 세계 각국과 특히 미국에 핵무기 관련 지출을 줄이고, 핵군축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며, 외교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지구 기온 상승 폭이 2℃를 넘지 않도록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겠다는 파리 기후협약을 성실히 이행하며,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고, 무기 오용으로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BAS의 권고를 강력히 지지했다. 그는 “우리 모두 정신 차리고 지구 종말의 가능성을 직시하는 동시에 위협 요소를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BAS는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5분 전에서 3분 전으로 앞당겨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BAS는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속수무책인 기후변화, 세계적인 핵무기 현대화, 규모가 커져가는 핵병기고가 인류의 지속적인 존재에 부인할 수 없는 위협을 제기한다. 세계 지도자들은 잠재적인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규모와 속도로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정치 지도력의 이런 실패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다.”

‘운명의 날 시계’가 자정에 가장 가까웠던 해는 1953년으로 자정 2분 전이었다. 그해 미국은 원자폭탄보다 훨씬 강력한 수소폭탄 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자정에서 가장 멀어진 해는 냉전이 끝난 1991년으로 자정 17분 전이었다. 당시 미국과 러시아는 핵병기고 감축을 시작했고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양국에 배치된 핵무기 수가 크게 줄었다. 당시 BAS는 “핵무기 수만 기가 국가안보를 보장한다는 환상이 사라졌다”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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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글러스 메인 뉴스위크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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