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덕선이와 첫 키스, 꿈 속 장면인 줄로만 알았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응답하라 1988’의 시작과 끝은 친구들이 택의 방에 모여있는 모습이었다. “극중 택이가 혼자 있을 때가 많아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박보검은 “제가 없을 때에도 친구들이 제 방에서 노는 게 무척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정환이가 남편이 될 줄 알았어요. 저도 시청자 입장에서 정환이가 참 멋있었거든요. 준열이 형이 그 역할을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서 대본을 봤을 때의 설렘을 극대화시켰고. 솔직히 덕선이가 택이를 엄마처럼 챙겨주긴 했지만 정환이처럼 서로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아니었잖아요. 저도 정환이가 남편이 되길 바랐죠.”

내내 정환이가 남편될거라 생각
19회 때 잘못 온 대본 보고 눈치채
현실서 사랑·우정 택하라면 사랑
극 중 택이와 달리 술·담배 안 해
바둑 가르쳐준 김지운 사범에게 감사
요즘 최대 고민요? 수강신청

배우 박보검(23)과 마주 앉는 순간, 3주 전 끝난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 이하 응팔)’은 다시 현재진행형이 됐다.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유쾌한 말투와 환한 미소가 극 중 천재 바둑 기사 최택과 닮은 꼴이다. 박보검은 택이가 남편이란 걸 19회 대본을 보고야 알았다고 한다. 그것도 제작진의 실수 때문이다. “원래 다 떼고 주는 건데, 성인 장면을 잘못 주신 거에요. 그걸 보니 제 사진이 나오는 내용이 있어서 그 때 확신했죠.”

기사 이미지

처음에는 잠결에 꿈 속에서 벌어진 일처럼 그려졌던 택이와 덕선의 첫번째 키스. [사진 CJ E&M]

제작진은 꽤나 치밀했다. 배우들에게 매회 대본을 한 권씩 책으로 주는 대신 각자 분량만 ‘쪽대본’으로 주곤 했다. 덕선이와의 첫 키스를 곧이곧대로 꿈인줄만 알았던 것도 그래서다. “(덕선이와) 처음으로 뽀뽀하는 사람이 택이어서 혹 남편인가 했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 택이가 우유 먹다가 ‘덕선아, 너 나 잘 때 언제 갔어’ 물어보면 덕선이가 ‘바로 갔다’고 하거든요. 이후 덕선이의 감정은 덕선이한테만 대본이 주어졌던 거에요. 저도 드라마 보고서 알았죠.”

남편감으로는 정환이를 응원했지만 택이의 매력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외유내강, 외적으로는 유하고 순한데 내적으로는 강직하고 남자답고 ‘훅 들어오는’ 그런 모습이 멋있잖아요.” 실은 다리를 다친 덕선을 번쩍 들고 운동장을 내달릴 때 이미 그랬다. “감독님이 전에 보여줬던 택이 모습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좀 남자답고 우직한 모습,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포인트라고.” 실제 택이와 정환이처럼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처지라면 “사랑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으로는 극 중 아버지 최무성과의 대화를 꼽았다. “아빠가 ‘아빠도 네가, 네 옆에 있는 친구들처럼 나한테도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장면이요. 뭉클했어요. 첫 회에 아빠랑 김치찌개 놓고 밥을 먹으려는 데 친구들이 하나씩 반찬을 들고와 챙겨주는 것도 너무 감동적이었고. 혜리가 ‘둘째 서러움’을 토로하면서 왜 내 이름은 성덕선이야, 나도 계란 후라이 좋아한다고, 할 때도 찡했고.”

‘응팔’의 이런 에피소드는 삼남매의 늦둥이로 나고 자란 박보검의 실제 상황과는 모두 거리가 있다. 공감의 원천을 그는 일단 대본의 힘으로 돌렸다. “대본에 워낙 자세하게 쓰여져 있어요. 최택의 모습만 해도 ‘눈도 뜨지 못하고 피곤한’, 이런 식으로 한눈에 설명을 해주셔서 탁탁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에 그 자신의 강점이 더해졌다. “장점이라고 해야 할 지, 뭔가 남들이 느끼는 감정을 저도 고스란히 잘 느끼는 것 같아요. 대본을 보면서 처음 느낀 그대로 연기 하려고 하죠.”

최근 그의 첫 팬미팅은 무려 3500명의 팬이 몰렸다. 팬들의 갈채가 쏟아지자 감정이 벅찬 그가 “아, 제가 뭐라고…”라면서 눈물을 흘리는 대목이 크게 화제가 됐다.

일체의 화환이나 선물은 받지 않았다. “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대개 학생들, 부모님한테 용돈받거나 아르바이트하는 분들인데 그걸 저한테 쓰는 것보다는 자기한테, 부모님한테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 반듯하고 ‘참한’ 청년은 지금까지 최대의 일탈이 뭐였냐는 질문에도 한참이나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요즘 고민을 묻자 바로 답이 나왔다. “이제 3학년(명지대 뮤지컬학부)이 되는데 아직 시간표를 못 짜서 수강신청에 대한 떨림이 커요. 휴학 생각? 없어요. 더구나 뮤지컬 학과라서 배울 수 있을 때 많이 배워두려구요. 같은 소속사 고창석 선배님과도 꼭 뮤지컬을 함께 해보고 싶어요.”

그런 욕심이라면 꽤 많다. 액션물도, 청춘물도 다 해보고 싶단다. 게다가 “작품마다 배우는 게 많아서 그게 복인 것 같다”고 했다. “‘응팔’에선 바둑을 배웠고, ‘너를 기억해’(KBS)에서는 변호사님 만나서 부족하지만 자문도 받았고, ‘내일도 칸타빌레’(KBS)에서는 첼로랑 지휘도 배웠고, 영화 ‘명량’할 때는 액션도 배우고, 노젓는 것도 배우고, 승마도 배우고.…” 그중에서도 특히 “바둑을 가르쳐주신 김지운 사범님께 감사드린다”란 말을 인터뷰 시작부터 강조했다.

따지고 보면 박보검이 고스란히 최택은 아니다. “처음에 감독님이 너 술 하냐, 못합니다, 담배 하냐, 안 핍니다, 근데 택이는 다 하는 거에요. 되게 신선했죠. 신기했던 것 저도 어렸을 때 우유를 좋아했고, 지금도 잘 먹거든요. 말씀 드린 적도 없는데 택이가 우유를 계속 손에 쥐고 있는 거에요.”

그는 응팔에 대한 자신만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택이는 대국을 하거나 자거나 혼자 우유 마시거나 그런 장면이 많아서 선배님들과, (극 중) 또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 상대로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연기 잘하고 남자로서 멋진 여진구”와 "응팔의 배우들”을 꼽는 것도 그래서다. “배우로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요? 박보검이랑 연기하고 싶다는,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2016년의 소망이에요.”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