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이기고, 트럼프는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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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초접전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위 사진)은 이기고도 환호할 수 없는 승리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사실상 비겼다”고 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뒀다. [ AP=뉴시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8년 만의 설욕에 성공하며 자존심은 지켰 다. 그러나 초박빙 승부로 혼쭐이 났다.

클린턴, 샌더스 상대로 0.4%P차 ‘불안한 승리’
미국 대선 아이오와 코커스서 8년 만에 설욕
공화당 트럼프는 크루즈에 예상밖 일격 당해

1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8일)의 전초전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클린턴은 49.9%를 얻어 49.5%의 버니 샌더스(버몬트주) 상원의원을 근소하게 이겼다.

2008년 아이오와주 경선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패한 뒤 ‘클린턴 대세론’이 무너지며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한 사태는 되풀이하지 않게 됐다. 아이오와는 득표에 따라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 대의원을 배정해 두 사람은 각각 23명과 21명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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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의 승리에도 ‘사실상 패배’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진영이 아이오와 개표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소속인 샌더스는 2014년 10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1% 미만의 지지율로 당선 가능성이 없었고 ‘클린턴 대세론’이 굳건했다.

그러나 민주 사회주의자라 자칭하는 샌더스가 부자 증세와 소득 불균형 해소를 내걸며 젊은 층과 고학력 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앞두고 CNN·WMUR의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57%의 지지율로 클린턴(34%)을 앞섰다. 미국 전체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이 52%로 샌더스(37%)를 제쳤다. 대선 경선의 분수령은 캘리포니아·뉴욕 등 24개 주의 예비경선·당원대회가 열리는 3월 1일의 ‘수퍼 화요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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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위 사진)은 예상을 뒤집고 승리하며 대선 행보에 탄력이 붙게 됐다. 2위를 한 도널드 트럼프(아래 사진)는 3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에게도 따라 잡힐 위기에 처했다. [ AP=뉴시스]

공화당에서는 예상과 달리 강경 보수주의자 테드 크루즈(텍사스주) 상원의원이 27.7%를 얻어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24.3%)를 눌렀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마코 루비오(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23.1%로 트럼프를 바짝 뒤쫓는 3위에 올라 3파전을 예고했다. 미 전역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36%로 크루즈(20%)·루비오(10%)를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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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인(아이오와주)=김현기·채병건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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