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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학년별 가이드] 진로 바꾸면 불이익? 변화 과정 확실하면 긍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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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 활동은 좋아하는 교과에서 시작
학년 올라갈수록 깊이 있는 활동 바람직
고3, 무리한 교내대회보다 자소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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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을 가지고 3년의 전략을 짜라.” 입시 전문가들이 대학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대목이다.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 갑자기 준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교과(내신) 성적과 동아리·학생회·자율활동·체험학습 등 고교 3년간의 비교과 활동을 두루 살피는 전형이다. 이를 통해 지원 동기와 진로 희망 등 전공 적합성을 따지고 성실성·잠재력·리더십·자율성 등 성장 가능성을 살핀다. 교과와 비교과 사이 균형 잡힌 스펙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3년간의 학생부 종합 전형 대비법을 정리했다.

1학년(탐색) 발표·토론 적극적으로 참여

대학이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뽑고자 하는 학생은 머리만 뛰어난 수재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관심 분야를 개발해나가는 능동형 인재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내신 올 1등급에 진로 관련 활동이 없는 학생보다 내신은 평균 2~3등급 수준이지만 목표가 명확하고 관심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발해간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교과·비교과 간 균형 잡힌 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막연해 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고교에 막 입학해 아직 진로와 희망 학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비교과 활동을 어떻게 쌓아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민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학년 초에는 어떤 직업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해보라”고 권한다. 국어·영어 등 언어 계통 과목을 좋아하는지, 수학·과학 같은 이공계 과목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점검해보라는 조언이다.

입학사정관들은 “학교 밖에서 답을 찾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 수업 안에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임 사정관은 “교과를 단지 1·2등급으로 구분되는 내신 성적, 즉 결과만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좋아하는 과목을 스스로 더 깊이 있게 파고들고 공부 범위를 점점 넓혀가는 자기 주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이다.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은 교과목 교사들이 수업 중 학생의 성실성·적극성 등 수업 참여도와 수행평가·발표·토론 등에서 드러나는 과제 해결력과 학업 능력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란이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 팀장은 “수업에서 수동적으로 강의만 듣는데 그치지 말고 조사·발표·토론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기 관심 주제를 넓혀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 팀장은 “그런 과정에서 미래 직업군을 고민하고 희망 학과를 찾으면 그것 자체가 훌륭한 지원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교 수업에서 시작하면 관심 분야를 파고들면서 학업 능력을 증명할 수 있고 동시에 진로 관련 비교과 활동의 방향도 세울 수 있다. 남 소장은 “1학년 때는 이렇게 방향을 세우고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교내 대회에만 집중해 내신과 비교과를 균형 있게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학년(성숙)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활동

학생부 종합 전형과 관련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에 하나가 고교 재학 3년 동안 꿈과 진로 목표가 일관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년 내내 의사로 동일해야 한다든지 학년이 올라가면서 ‘이공계 연구원→생명과학연구원→암 치료제 개발 연구원’처럼 구체화되는 진로 희망 사항을 학생부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우선 맞는 절반이다. 남윤곤 소장은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확장성·일관성·지속성·연계성”이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 목표에 맞는 교과·비교과 활동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더해져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로 목표와 희망 학과에 맞춰 동아리·교내대회·체험학습·독서 등 비교과 활동이 꾸준하게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기자·아나운서·PD 등 언론 계통과 시민단체 활동가와 같은 직업을 꿈꾸고 사회학과·언론정보학과·정치외교학과·행정학과 등의 관련 학과를 희망한다면 교내 대회는 글짓기·토론 대회 등에 집중하고, 동아리는 신문부·독서토론·비평 동아리 등에 가입해 활동하는 식이다.

봉사활동은 여러 기관에 동시에 걸쳐 활동하기보다는 1~2개 기관에서 1학년부터 꾸준하고 정기적으로 활동 실적을 쌓는 것이 좋다. 남 소장은 “매 활동마다 계기·과정·결과·느낀점을 꼼꼼하게 기록해두라”며 “이런 기록이 모여 3학년에 올라가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만의 스토리가 된다”고 조언했다.

많은 학생이 2학년에 올라가 꿈과 진로 목표가 변하면 지속성·일관성이 망가진다고 오해한다. 틀린 절반의 얘기다. 국중대 팀장은 “고교 재학 중 진로 희망 사항이 바뀌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중요한 것은 진로가 바뀌었다는 결과가 아니라 다른 것을 목표하게 된 계기와 경험”이라고 말했다. 차정민 중앙대 입학사정관은 “어떤 경험과 고민을 하면서 진로가 바뀌었는지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 진로 탐색 과정을 더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어 긍정적인 인식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부 종합 전형은 완성된 인재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성장해가는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찾는다는 것이다.

3학년(완성) 학생부 기초해 자소서 작성

학생부 기초해 자소서 작성올해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라면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1~2학년 동안 학생부 종합 전형에 대한 준비를 안 했는데 지금 시기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임진택 사정관은 “1학년부터 꾸준하게 준비해 온 학생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준비는 2학년까지의 활동으로 마무리 된다고 봐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학생부 종합 전형을 꾸준하게 준비해온 학생에게 3학년 1학기는 마무리 단계다. 무리하지 않고 수능·내신을 챙기면서 비교과 활동량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중대 팀장은 “입학사정관들도 고교생들이 수능·내신 등으로 3학년 때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며 “2학년에 비해 활동량이 준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 팀장은 “3학년 1학기는 본인의 2년간의 활동을 점검해보고 부족한 부분만 보완하는 정도로 비교과 활동 계획을 짜고 나머지 시간은 수능과 내신 관리에 힘쓰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진로와 관련된 교내 대회 실적이 부족하다면 3학년 1학기 동안 교내 대회 한 개 정도에 도전해보고, 독서 폭이 좁다면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독서량을 조절하라는 것이다.

마무리는 자기소개서 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초는 학생부다. 임 사정관은 “가장 객관적인 자료는 학생부”라며 “학생부 기록과 자기소개서의 서술 내용이 일관되고 통일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자기소개서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강조했던 활동이 학생부에는 전혀 기록돼 있지 않다면 평가자 입장에서 기록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성권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서울 대진고 교사) 대표는 “자기소개서는 수십 번 고쳐 써봐야 한다”며 “틈틈이 시간을 들여 수정하고 계속 보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학생부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기록에 기초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떠오르는 대로 모두 나열해보고 한 가지 활동이 다음 활동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에피소드와 연결 고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 팀장,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 차정민 중앙대 입학사정관,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 이성권 서울 대진고 교사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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