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경제 지원 등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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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희망에 찬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과거는 뒤로 하고 더 이상 괴로움과 죽음, 고통이 없어야 한다."(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

1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정상회담을 연 이.팔 정상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로드맵(단계적 이행방안) 실행을 위해 공동실무위원회 구성에 전격 합의하고, 평화를 향해 함께 노력할 것도 다짐했다.

두시간 넘게 진행된 회담은 '양측에 믿음을 심어주는 가장 중요한 회담 중의 하나'였다고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평가했다. 그러나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갈등이 감지됐다.

4개 공동실무위원회=두 정상이 로드맵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설치키로 한 4개 공동실무위원회에는 미국도 참여한다. 미국 참여는 로드맵의 원활한 실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실무위원회에서는 지역안보와 폭력 방지, 팔레스타인 경제 지원, 법률적 지원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아울러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포로들의 문제도 실무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샤론 총리의 한 보좌관은 "석방자 명단이 곧 팔레스타인 측에 전달될 것이며 다음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정상회담=두 정상이 만난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지난 5월 1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전달한 중동평화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 만난 이들은 같은 달 29일 두번째 회동했다.

지난달 4일에는 요르단 아카바에서 부시 대통령이 주재한 중동평화 3자회담에서 조우했다. 하지만 이번 예루살렘 정상회담은 그동안의 회담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뉴욕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 두 정상이 자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런 의미에서 회담의 분위기가 미국.유럽 등의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만났던 아카바 회담의 분위기와는 대조됐다고 전했다.

추가 철수도 협의=이스라엘 군 추가 철수 문제는 팔레스타인 안보장관과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별도 회담에서 다루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의 한 고위 안보관계자는 "다른 서안지구에서의 철수는 팔레스타인 경찰이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그리고 다른 테러단체들의 무장을 해제시킨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선물=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1일 "팔레스타인에 지원될 자금의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우리가 이러한 논의에 개입돼 있다는 사실은 희망적인 신호"라며 팔레스타인에 대해 모종의 '당근'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수년간 미국은 아라파트와 팔레스타인 당국을 배제한 채 유엔이나 다른 단체들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해 왔다. 올 한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미국으로부터 2억달러(약 2천4백억원)를 지원받게 된다.

돌출변수 아라파트=압바스 총리는 회담에서 샤론 총리에게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 1년 넘게 연금돼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가 라말라를 떠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 이스라엘 관리는 "아라파트가 라말라를 떠난다면 가자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파트는 정상회담 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로부터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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