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 발목 잡았은 엘리엇, 공시 규칙 위반으로 제재 받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헷지펀드 엘리엇이 전 삼성물산 지분 취득 과정에서 공시 규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당국이 제재에 착수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사결정으로 평가 받아왔다.

엘리엇의 위무한 공시 규칙은 일명 ‘5%룰’이다. 특정 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6월 4일 옛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엘리엇은 6월 2일까지 4.95%(7732천779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다음날 2.17%(339만3148주)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선 삼성물산 지분 2.17%는 하루에 매수하기엔 너무 큰 물량이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엘리엇이 사전에 기관 투자가들에게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여 가지고 있도록 한 뒤 6월 4일 당일 이들의 주식을 한번에 넘겨받는 방식으로 일명 ‘파킹 거래’ 즉 차명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엘리엇은 실제로 지난 5월 메릴린치·시티 등 외국계 증권사와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총수익스와프’란 파생상품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을 직접 사는 건 아니지만,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고 내리면 손해를 보도록 설계된 파생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이 계약이 실제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닌 삼성물산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인다는 사실을 삼성 측이 알게 되면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는 만큼 몰래 매집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1일 열리는 자본시장조사심의원회에 이 내용을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다. 5%룰을 위반하면 그 정도가 경미할 경우 주의나 경고를 받는 데 그치지만 중대한 사안일 경우엔 검찰 통보나 고발 등이 가능하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