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갑자기 어질어질, 입이 비뚤어지면 뇌졸중 의심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4호 22면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주부 박모(58·여)씨는 얼마 전 아침에 일어나다가 방안이 빙빙 도는 것 같아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심하게 어지러워 움직일 수 없었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괜찮은 듯해 일어나려는데 다시 어지러워지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오전 내내 누워만 있던 박씨는 어지럼이 뇌졸중의 전조증상이 아닐까 걱정돼 병원을 찾았더니 귀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높은 건물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 흔히 어지럼을 느낀다. 과도한 시각 자극이나 귓속 전정기관 자극으로 생기는 어지럼은 생리 현상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생리반응이 아닌 어지럼은 질환의 신호다.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59만8036명에서 2014년 75만6792명으로 4년새 26.5% 증가했다. 이중 50대 이상이 47만3865명(2014년)으로 62.6%를 차지했다.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9배 많았다. 남성보다 여성의 평균수명이 더 길고, 흔한 어지럼증의 원인인 이석증이 여성에게 잘 생기는 것도 원인으로 추측된다.


 

귀 문제는 이석증·전정신경염이 대다수어지럼의 원인은 다양하다. 흔히 현기증이라고 표현하는 순간적으로 아찔한 어지럼은 심한 빈혈이나 저혈압·부정맥이 있을 때 생긴다. 주변이 빙빙 돌거나 술 취한 듯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어지럼은 귀나 뇌의 문제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귀에는 소리를 감지하는 달팽이관 말고도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전정기관이 있다. 머리를 움직이면 전정기관이 수평·수직 방향의 운동감각과 회전감각의 정보를 수집해 전정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고, 뇌에서는 이 신호를 해석해 몸과 팔·다리를 조정해 시선과 자세를 잡는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을 느끼면서 자세를 잡지 못하고 쓰러지게 된다.


대다수 어지럼증은 귀 문제다. 내이(內耳)에서 회전감각을 감지하는 세반고리관과 전정신경에 이상이 있을 때 생긴다. 세반고리관에 생길 수 있는 가장 흔한 질환은 이석증이라고 부르는 ‘돌발성 자세성 어지럼’이다. 이는 세반고리관 속에 생긴 미세한 돌가루가 어지럼을 유발하는 병이다. 갑자기 빙빙 도는 것처럼 심하게 어지럽고 울렁거림이나 구토가 동반되는데 자세를 바꿀 때 어지러운 것이 특징이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수 분 내 어지럼이 사라지지만 옆으로 돌아눕거나 일어나면서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면 심하게 어지럽다. 이 질환으로 진단받으면 돌가루를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물리치료로 쉽게 치료할 수 있고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1년 내 약 30% 환자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귀 질환으로는 전정기관에 바이러스로 염증이 생기는 전정신경염이다. 가벼운 몸살이 먼저 있기도 하는데, 돌발성 자세성 어지럼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자세와 상관없이 계속 어지럽다는 것이 다르다. 대부분 수 일 정도 안정을 취하면 서서히 좋아지지만 고령 환자는 만성적인 어지럼이 후유증으로 남기도 한다.


 어지럼에 신경 증상까지 있으면 뇌졸중어지럼의 원인이 뇌 문제라면 응급조치가 필수다. 뇌졸중으로 생기는 어지럼은 빙빙 도는 듯한 증상뿐만 아니라 술 취한 듯 비틀거리거나 배 멀미하듯 바닥이 기울어지거나 흔들리는 느낌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귀 문제로 인한 어지럼과 구별되는 점은 어지럼과 신경 증상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신경 증상은 말이 어둔하거나 입이 비뚤어질 때,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일 때, 한쪽 팔·다리 움직임이 어둔한 증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뇌졸중이 있더라도 어지럼만 있고 신경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10년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이중 14%는 뇌졸중으로 진단받았지만 신경 증상은 없었다. 특히 고령 남성이거나 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 뇌졸중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의 비율이 높았다.


어지럼의 원인은 다양해도 빙빙 돌고 비틀거리는 증상은 비슷하다.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돌발성 자세성 어지럼이나 전정신경염은 어지럼증이 사라진 후 검사하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뇌신경 전문가조차도 진단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어지럼증은 증상을 발견했을 때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고혈압·당뇨·고지혈증·비만 등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다면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구자성 객원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