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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원샷법 처리 합의 파기…김무성 “기가 막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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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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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합병·분할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담은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들이 29일 야당의 국회 본회의 참석 거부로 상정에 실패했다. 김무성 대표(가운데),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29일 밤 긴급 의총을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29일 국회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이날 처리하기로 한 새누리당과의 합의를 파기해서다.

더민주는 4·13 총선의 선거구 획정 등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해야 원샷법을 통과시켜줄 수 있다고 당론을 바꿨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일 중요한 법안이 지난해 말까지 처리했어야 하는 선거법”이라며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고 원샷법을 처리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원샷법은 정기국회 중에 의원입법으로 상정된 법인데 경제활성화라는 얘기를 갖다 붙여 굉장히 시급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앞으로 협상을 통해 처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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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공개한 지난 23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서.

 여당과의 합의를 뒤집기까지 더민주 의원총회에선 강경론이 쏟아졌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의총에서 김기식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서 경제민주화를 총선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으려는데 곧바로 원샷법부터 처리해주면 지지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도 “여당의 속셈이 원샷법을 처리하고 나면 선거법에 다른 법을 연계시키려는 것일 텐데 왜 우리가 말려 들어가느냐”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도 강경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결론 내기까지 더민주는 우왕좌왕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전날(28일) 오후 11시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등 두 법안을 처리하되 ‘2+2(대표, 원내대표) 협상’을 하기로 했다.

문제는 29일 오전까지 더민주에서 이런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비대위를 꾸리면서 더민주는 원내대표를 당연직 비대위원에서 제외했다. 비대위 회의에는 참여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원내대표였다. 그러다 보니 당 지도부와 충분한 협의가 안 된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당초 원샷법 등과 관련해 “나는 잘 모르니 해오던 사람들이 하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만나 생활임금제를 도입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고 조건을 다는 등 독자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오후 9시까지 국회에 남아 의총을 열고 더민주를 성토했다.

김무성 대표는 “여야 합의를 너무 쉽게 파기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첫 작품이 양당 합의를 깨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일부 의원은 “지금 당장 정의화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자”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도 당시 의총장에 의결정족수(147명)에 한참 못 미치는 80여 명만 남아 있었다. 김 대표는 “정 의장이 전화통화에서 ‘다음주에는 직권상정을 해준다’고 약속했다”고 고지한 뒤 의원들을 해산시켰다. 새누리당은 다음달 1일 일단 야당을 한번 더 설득해보고 안 되면 2일에 직권상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이날 북한인권법 제2조 ‘국가의 책무’ 조항 중 ‘함께’라는 단어를 어디에 넣을지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 증진 노력과 ‘함께’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을 위한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는 “북한인권 증진 노력을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정착 노력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법안의 목적에서 강조점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글=위문희·김경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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