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신생 혁신벤처에 활로 열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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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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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201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애초 전망치보다 낮춰 3%로 추산했고, 민간연구소들은 저성장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아 2%대를 예상하고 있다. 내수는 불안감이 확산돼 소비가 위축되고 주요 수출국들의 경기 둔화로 해외시장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처방으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여러 조치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 경제의 해법은 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므로 한정된 자원과 정책적 역량을 혁신 벤처의 활성화에 더 과감히, 그리고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 절실한 한국 경제
강소기업 성공모델이 시장 활력소
불합리한 관행·규제 과감히 풀어야

블룸버그는 세계 200대 부자 중 자수성가형 비율이 미국은 71%, 중국 100%, 일본 100%인데 비해 한국은 0%라는 집계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상장사 주식부호 상위 30명 가운데에서도 창업자는 6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90년대 후반 탄생한 벤처 1세대를 마지막으로 명맥이 끊겨 있어, 미국과 중국에서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신생 혁신기업들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을 주도하는 것과 비교된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벤처로 시작해 중견을 넘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들과 창업자들이 한국에서도 많이 탄생해야 한다.

벤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할 때처럼 종업원 수 몇 명 이하, 매출액 얼마 이하 등 기업의 규모로 분류하는 개념은 아니다. 벤처란 ‘새로운 기술’ 또는 ‘혁신’을 기반으로 도전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을 일컫는다. 기업의 규모보다는 업의 속성인‘혁신성’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기업 규모로는 중소기업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혁신의 DNA가 조직에 남아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조해 나아가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벤처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한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작년 벤처 확인기업이 3만 개를 넘어섰다. 벤처 투자도 2조원을 돌파하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3만 개의 벤처기업은 70여만 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으며 올 상반기 벤처기업의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은 1만8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간 벤처기업의 성장에는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각종 법과 제도를 도입하는 정책적 지원이 큰 몫을 해 왔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인수합병(M&A)활성화, 연대보증 면제확대, 재도전 지원 등 그간 벤처 생태계 완성의 미결 과제로 남아있던 여러 이슈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상당 부분을 해소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에 기반한 벤처창업 기업의 현장에서 겪게 되는 규제, 불합리한 관행, 그리고 정책적 배려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근 이슈가 됐던 중고 자동차 경매서비스 유망 스타트업이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으로 인해 폐업에 직면하고 스마트폰으로 버스를 부르는 서비스가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논란에 몰린 것과 같이 신생 벤처기업들의 사업 아이템이 경직된 법·제도나 기존 사업과의 이해 상충으로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업종간 융복합을 통해 신 사업분야의 출현도 많아지고 있다. 이에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벤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연하고 신속한 법 개정과 제도 정비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하며, 기존 기업과 신생 창업기업 간에 적절한 상생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융합서비스가 등장할 텐데, 이러한 신사업분야에서 해외 글로벌 기업보다도 먼저 우리의 신생 벤처기업들이 자율적인 시장논리에 따라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신사업의 활로를 차단하는 것은 결국 청년층의 창업의욕을 꺾고 경제의 활력을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벤처창업 기업은 위축된 분위기를 극복하고 창업과 고용을 통한 위기극복의 해법을 제시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산업의 발굴이 절실하며, 강소기업 성공모델은 사회·경제적으로 활력소를 제공할 수 있다. 혁신 벤처기업이 마음껏 도전하고 경쟁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 우리 경제의 미래 돌파구를 찾을 때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쏠리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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