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전벨트보다 먼저 나온 에어백 … 생명 구하는 골든타임 0.03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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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갖춰야 할 최우선 과제는 안전이다. 자동차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에어백의 중요성도 보다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현대차 제네시스 등 국산차에도 최신 4세대 에어백이 장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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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풍선에서 유래한 ‘에어백’은 이젠 차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미국 고속도로 교통 안전위원회(NHTSA)에 따르면 에어백 장착만으로 사고시 사망률을 13% 낮출 수 있다.

세계 최초 에어백은 1953년 등장
사고시 사망률 13% 낮추는 효과
최근엔 승객 자세 고려한 4세대
커튼형, 안전벨트형 제품도 나와

에어백의 시초는 지난 1941년 교통사고를 대비해 자동차에 매달아둔 ‘풍선 주머니’였다. 안전벨트가 등장한 게 이보다 훨씬 뒤인 1950년 후반부터였으니 당시엔 풍선을 통해서라도 소중한 인명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에어백은 1953년 8월18일 등장했다. 미국인 존 헤트릭이 특허를 획득했다. 미국 해군인 그는 가족과 여행 중에 도랑에 차가 빠지는 사고를 일으켰다. 딸의 얼굴이 차 앞에 부딪혀 다치는 걸 막기 위해 온몸을 던져 보호했던 일을 계기로 에어백을 발명했다.

이후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에어백도 기술적 진보를 거듭했다. 대중에게 알려진 ‘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에어백은 1세대 제품으로 분류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에어백은 안전벨트를 ‘보조’(Supplemental)하는 안전장치의 개념이다. 어디까지나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안전벨트라는 말이기도 하다.

일단 에어백이 충격을 감지하고 부풀어 오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0.03~0.05초 남짓이다. 커다란 공기 주머니를 순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내부엔 매우 작은 ‘기폭 장치’를 넣는다. 화학반응을 통해 에어백을 부풀리는 방식인데 팽창 속도는 시속 320㎞를 넘어선다. 성인 남성도 정신을 잃을 수 있는 힘이다. 이 때문에 체구가 작은 어린이에겐 에어백에 부딪힐 때 생기는 ‘2차 충격’이 되레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독일에선 안전을 위해 12살 미만의 어린이는 에어백이 적용된 차량 앞좌석에 태우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발명된 제품이 에어백 팽창력을 20~30% 줄인 ‘2세대 에어백’(Depowered airbag)이다. 사고시 탑승자를 보호하면서 팽창 압력을 줄여 2차 충격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한다. 국내 차량에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체격이 큰 탑승자나 사고의 정도가 심할 때 탑승객을 보호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3세대’(Smart airbag)로 발전한 에어백은 충격 강도에 따라 팽창력을 조절할 수 있다. 운전자의 위치와 안전벨트 사용 여부, 충격 강도 등을 센서가 감지한다. 이에 따라 충격이 약할 때는 에어백도 약하게 터지고, 강할 때는 세게 부풀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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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보행자 에어백을 장착하기도 했다.

최근 고급 수입차와 일부 국산차에 적용하기 시작한 ‘4세대 에어백(Advanced airbag)’은 승객의 위치와 체격, 앉은 자세, 충돌 정도 등을 센서가 판단할 수 있다. 탑승자 무게를 감지해 사고 충격에 따른 에어백 팽창 강도를 설정하는 건 물론, 사고가 경미할 경우 에어백을 작동시키지 않게 조절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에어백의 형태도 변하고 있다. 초창기 에어백은 운전대에만 장착했다. 사고 발생시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조수석 탑승자를 위한 에어백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측면 사고가 나면 탑승자 머리를 비롯한 다른 신체의 부상 위험도 커진다. 이를 위해 추가로 개발한 게 ‘측면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이다. 커튼 에어백은 스웨덴 볼보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그런데 측면 사고의 경우 탑승자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2차 피해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 위해 차량 중간에 에어백을 장착하기도 한다. 이를 ‘센터 에어백’이라 부른다. 뒷좌석 전용의 센터 에어백은 일본 토요타가 개발했고, 앞좌석 전용의 센터 에어백은 미국 GM이 최초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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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에어백으로 실내를 철저히 감싸는 차도 많아졌다.

최근엔 안전벨트가 부풀어 올라 탑승자의 신체 충격을 줄여주기도 한다. 이 같은 ‘안전벨트 에어백’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미국 포드의 일부 자동차에 탑재되고 있다. 또 볼보가 개발한 ‘보행자 에어백’은 차량이 행인과 충돌했을 때 차의 앞 부분 후드를 들어올리며 앞 유리창을 감싼 형태의 에어백을 팽창시키는 방식이다. 그밖에 대형급 오토바이 일부에 에어백을 장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에어백은 많은 형태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변치 않는 내용이 있다. 안전벨트와 함께 쓰라는 것이다. 미국 NHTS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어백을 안전벨트와 함께 사용할 경우 효과가 50% 이상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너무 누운 자세나 운전대와 가깝게 운전하는 등 올바르지 않은 자세도 부상 위험을 높인다.

에어백과 관련한 ‘루머’도 많다. 특히 특정 회사의 차량은 사고가 발생해도 에어백이 안 터진다는 얘기가 네티즌 사이에 퍼져있다. 물론 큰 사고에서 에어백이 부풀지 않는 건 문제다. 하지만 에어백이 모든 사고에서 작동해야 하는 건 아니다. 경미한 사고에서 작동할 경우 불필요하게 차량 수리비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큰 사고에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을 때 업체의 대응 방식이다. 업체들은 ‘센서의 위치가 충격을 받은 부위와 달랐다’, ‘에어백이 터질 조건이 아니었다’,‘정면 충돌이 아니었다’ 등의 모호한 답변만 내세울 뿐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을 때도 있다.

또한 충돌시 차량 상황을 기록하는 ‘에어백 제어 시스템’(ACU)도 업체 기밀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물론 법정 다툼에서 공개하기도 하지만 그마저 관련 전문가 외에 정확한 판독은 어려운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국내 아니라 해외에서도 에어백을 놓고 분쟁이 발생할 때가 있다. 관계 부처가 기준과 법률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안전 운전이다. 차량에 탑승한 뒤엔 에어백이 있더라도 바로 안전벨트 메는 습관을 꼭 들여야 한다.

오토뷰=김기태 PD, 김선웅 기자 kitaepd@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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