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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정호준 부자 들쑤신 김종인의 ‘비서실장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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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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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左), 정호준(右)

더불어민주당 김종인(76)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소속 정호준(45·초선·서울 중구) 의원에게 비서실장을 제안했으나 정 의원의 아버지인 정대철(72) 전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 “정호준, 도와달라니 흔쾌히 수락
아버지에게 알렸더니 불같이 화내”
다음날 정 의원 “지역구 매진” 고사
정대철 “DJ집안 분란 이어 패륜정치”

정 전 의원은 지난 15일 동교동계와 함께 더민주를 탈당했다. 하지만 당 청년위원장을 맡는 등 범주류로 분류돼 온 정 의원은 당 잔류를 택해 아버지와 아들이 각기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정 전 의원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더민주가 (김홍걸씨를 입당시켜) 김대중 전 대통령 집안을 들쑤시더니 패륜정치를 하고 있다. 이젠 우리 집안도 부자가 나눠진 것처럼 보이려고 분란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의 부친은 고(故) 정일형 전 신민당 부총재다. 8선 의원을 지낸 야당의 거물이었다. 정 전 의원도 5선 의원 출신이다. 그의 집안은 ‘정일형-정대철-정호준 3대’에 걸쳐 14선을 기록하고 있는 이른바 정치 명문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서실장을 초선 의원 중에서 골라야 한다고 해서 지역구가 서울이고 나이가 어린 정호준 의원에게 전화한 것”이라며 “‘날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묻자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정대철 전 의원과 잘 아는 사이라 사전에 (비서실장이 된 걸) 알려 주려고 전화했더니 화를 내고 소리치길래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병로 전 초대 대법원장과 정일형 전 부총재는 생전 인연이 깊다.

 정 전 의원이 당직을 반대하자 다음 날 정 의원은 “지역구가 성동구와 합쳐질 가능성이 있어 활동에 시간을 쏟아야 해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연락을 취해 왔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박수현(51·초선·공주)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전두환 정권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전문성 때문에 참여했지만 광주분들에게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시켜 굉장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 덕분에 대한민국이 1987년 개헌을 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길이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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