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예비후보들의 '빨간 점퍼 대결'…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4·13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는 27일 오후 3시 현재 1164명. 그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663명(56.9%)이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고 뛰고 있다. 본고사(총선)만큼이나 험난한 예비고사(당내 경선)가 새누리당 내에서 진행 중인 셈이다.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일반 유권자들은 제대로 눈치조차 챌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신경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는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빨간 점퍼 패션대결’이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빨간색 점퍼 한 벌을 가지고도 후보자들 간의 경쟁이 진행 중인 것이다. 후보들은 “모두 다 비슷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빨간 점퍼 하나를 고를 때도 새누리당 후보란 점이 제대로 부각되는지, 보온이나 활동성을 뛰어난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만의 개성이 묻어나는지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한마디로 다 똑같아 보이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빨간 점퍼 한 벌한벌에도 메시지가 숨어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선택된 600여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빨간색 점퍼를 크게 4가지 유형별로 나눠봤다.

1. ‘클래식’형

기사 이미지

정태근 성북갑 후보(왼쪽)와 배준영 인천 중-동-옹진 예비후보(오른쪽) [사진 페이스북 캡쳐]

펑퍼짐한 스타일의 점퍼에 이름과 총선에서 쓰일 새누리당의 기호인 ‘1번’을 새겨넣은 점퍼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 색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180도 바꾼 뒤 처음으로 중앙당과 각 지역구 후보들이 만들었던 점퍼다.

이 때문에 맵시가 덜하고, 최근 강추위 앞에서 보온성도 떨어지지만 ‘클랙식’‘원조’라는 느낌이 강해 여전히 가장 많은 예비후보들이 애용하고 있다.

2. ‘야구점퍼’형

기사 이미지

박정하 원주갑 후보. [사진 페이스북 캡쳐]

다음으로 많이 애용되는 형태가 팔 부분이 다른 색으로 디자인된 이른바 ‘야구점퍼’ 스타일이다. 대부분 중년인 예비후보들이 입기에 다소 이미지가 가벼워 보이는 데다가 한 겨울에 입기에는 얇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타일을 선택하는 후보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야구 점퍼 선거운동복이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공식 유니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선캠프는 이런 유니폼을 도입해서 박 후보의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런 만큼 이번 총선에서도 이런 스타일을 고른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친숙하게 보이는 효과와 함께 지난 대선 때 승리를 상기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3. ‘제3의길’형

기사 이미지

서초갑 이혜훈(오른쪽)·조윤선(왼쪽) 예비후보. [사진 개인 블로그]

이런 가운데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 ‘빨간 점퍼계의 제3의 길’을 걷는 이들도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빨간색을 당색으로 잡은 지 4년 만에 나타나는 ‘개량형 스타일’이다. 보통 이런 경우는 빨간색 기성복을 손질해 맵시를 살린 뒤에 그 위에 후보 이름과 기호를 새겨넣는 방식으로 ‘맞춤형 제작’된다.

이렇게 개량형 점퍼를 만들어가며 후보들이 주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하다. 새누리당이라는 정체성 만큼이나 개인의 개성과 역량을 드러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4. ‘무명’형

기사 이미지

일부 예비후보들 중에서는 색깔만 빨간색으로 맞춘 ‘무명(武名) 스타일’ 점퍼를 입기도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활동을 갓 시작해서 제대로 된 선거운동복을 준비 못한 경우다. 후보들에 따르면 점퍼를 골라서, 원하는 문구를 다 새겨서 실제로 입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일주일 가까이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로 흔하지는 않지만 새누리당 후보란 사실을 알리는 게 불리한 지역의 경우에는 빨간 색 점퍼까지는 입되 그 위에 당명이나 당 로고, 그리고 당 기호 등을 새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어느 쪽이든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고 활동을 본격화하면 이런 ‘무명 스타일’을 점퍼는 벗어 던지게 된다.

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