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공포 확산…미국에도 상륙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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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Zika) 바이러스' 공포가 중남미를 넘어 미국 본토에서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2일 뉴욕시 당국이 중남미를 여행한 3명이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연방 보건당국의 대처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15일 미국인들에게 브라질 등 중남미.아프리카 22개국에 대한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홍보에 나섰다. 하와이에서 소두증 신생아가 15일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기의 엄마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 체류하는 동안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카 바이러스는 유럽.아시아로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 23일 중남미를 다녀온 자국인 3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프랑스에 이어 유럽 상륙 두 번째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22일 대만에서 24세 남성 감염자가 보고됐다. 태국인인 이 남성은 태국 북부에 3개월 머물다 지난 10일 대만 타오위안공항으로 입국하다 이상 발열 증상을 보여 격리 조치됐다. 이 남성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완치돼 격리 조치에서 해제됐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이 남성이 중남미에 다녀온 적도 없는데 감염된 점에 주목하고 감염 경로 추적에 나섰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지난해만 해도 브라질.콜롬비아.온두라스 등 중남미에 집중됐지만 올들어 중남미를 다녀온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오는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대거 브라질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대규모 유행 우려도 나온다.

지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신생아 소두증은 치명적이다. 임신 초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신생아의 머리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 소두증 신생아는 두뇌 발달 장애를 겪거나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에선 첫 감염 사례가 지난해 5월 보고된 이래 3893건의 소두증 신생아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 이중 5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에 물리면 감염된다. 이 모기는 아프리카.남태평양.중남미 등 열대성 지역에 서식한다. 영국 보건부 관계자는 "이집트 숲 모기에 물리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사람 간 감염은 안 된다"며 "하지만 드물게 성적 접촉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신부가 아닌 사람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열.두통.근육통 증상을 보이거나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하지만 일정 기간 앓고 나면 대부분 완치된다. 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려면 중남미에 가지 않는 게 최선책이다. 브라질.콜롬비아 등은 임신 자제령을 내린 상태다. 엘살바도르도 2018년까지 임신을 피할 것을 요청했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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