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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전운 고조…아직은 정부 주도 개혁에 노동계 動中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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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노동개혁 깃발이 25일 올랐다. 이에 따른 노·정간 전운도 고조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면 충돌양상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 극한으로 치달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을 전국 고용노동관서에 시달했다. 전국 고용노동관서장이 참여하는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다. 이 장관은 "올해는 일자리 개혁이 현장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실기(失期)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강력한 노동개혁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대 지침에 대해 "노사정 합의 취지에 따라 공정하고 유연한 고용 관행을 정착시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반을 만들고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 여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득권의 저항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내 금융·공공·금속·화학 등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주도한 세력에 대한 경고다.

정부가 강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자 노동계도 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한국노총은 회원조합 대표자회의와 시도지역본부장 회의를 잇따라 열어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한다. 29일에는 서울역에서 규탄 집회를 연다.

그러나 현재까지 노·정 대치양상은 동중정(動中靜)이다. 행동에 나섰지만 충돌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 고용부는 이날 지침을 시달했지만 한동안은 홍보에 치중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지방관서장에게 "아직도 많은 근로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와 악의적인 호도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지침의 취지와 내용을 전파하라"고 지시했다. 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정부 정책 반대를 이유로 한 파업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강력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노동계도 총파업과 같은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파업 효과는 미미하다. 원래 총파업을 선언하면 산하 모든 사업장이 일손을 놓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민주노총 측은 "일단은 중앙과 지방조직 간부를 중심으로 총파업을 벌인다"며 "27일쯤 전국 단위 일선 사업장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노총도 지도부 회의를 잇따라 열지만 뾰족한 투쟁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파업을 선언하려 해도 소위 '뻥파업'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자칫하면 향후 대정부 투쟁이나 협상 전략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운이 실제 갈등으로 이어지는 고비는 일선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시작되는 3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총선과 맞물린 시기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대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노노갈등까지 부추기면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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