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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그렇게 어른이 되기 전에, 다시 한 번 눈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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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른이 되기 전에, 다시 한 번 눈도장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역 배우

작은 체구로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아역 배우들은 금세 어른이 된다. 하지만 그 아쉬움이 오래가지 않는 건 새로운 아역 배우들이 꾸준히 그 자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여기, 여진구·김유정·김새론을 이어갈 새로운 얼굴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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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소원>
네가 울면 나도 슬퍼져

시작은 갈소원(10)의 이모가 인터넷에 올린 조카의 사진이었다. 2011년 제1회 한국야쿠르트 슈퍼스타 V-KIDS 선발대회에서 우승했고,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2012, SBS)으로 데뷔했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2013) 오디션에서 본 갈소원을 “백지 같은 느낌”으로 기억한다. 다양한 연기를 끌어낼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는 뜻이다. 드라마 ‘출생의 비밀’(2013, SBS)에 함께 출연한 배우 유준상은 한 인터뷰에서 “20~3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7번방의 선물’은 갈소원의 존재감을 전 국민에게 각인시킨 작품. 세일러문 가방을 좋아하는 미소천사 예승 역으로 관객의 마음을 녹였다. ‘출생의 비밀’에선 아빠 홍경두(유준상)와 이별하며 오열하는 장면으로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더니, 드라마 ‘화려한 유혹’(방영 중, MBC)에선 고스톱도 척척 해내는 눈치 백단 홍미래 역으로 ‘사이다’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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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
어른들을 이끄는 여장부

이레(10)는 ‘똑부러지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유독 빛난다. 최근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SBS)에서 씩씩하고 똑똑한 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당찬 성격의 분이(신세경) 아역을 연기했다. 가난과 폭정에 시달리는 고려인들을 이끄는 어린 분이는 여장부 그 자체였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김성호 감독)에서 집을 사기 위해 부잣집 강아지를 훔치는 계획을 세우는 지소 역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굿바이 마눌’(2012, 채널A)의 단역 출연 이후, ‘소원’(2013, 이준익 감독)에서 첫 주연을 맡은 이레. 최근작 ‘오빠생각’(1월 21일 개봉)의 이한 감독은 이레를 “상황 몰입을 잘하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배우”라고 말했다. ‘소원’에서 몹쓸 짓을 당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소원 역을 맡아 관객의 심금을 울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일 터.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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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안>
김태용 감독이 찜한 여배우

지난해 제9회 대단한단편영화제에서는 ‘배우특별전-김수안’이 열렸다. 아역 배우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촌좀비만화-피크닉’(2014, 이하 ‘피크닉’)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김수안이란 최고의 여배우를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춤추는 게 좋아서 어린이 춤 대회에 나간” 김수안(10)은 그 대회를 계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피크닉’에선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을 외딴 곳에 버리는 여덟 살 수민 역을 연기했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리는 연기는 관객을 홀리기에 충분했고, 이 영화로 제2회 들꽃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차이나타운’(2015, 한준희 감독)에서는 또 어떤가. 어린 일영(김고은) 역을 맡아, 다부진 눈빛으로 일영의 어린시절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차기작은 ‘해어화’(박흥식 감독)의 어린 소율(한효주) 역과 블록버스터 ‘부산행’(연상호 감독)의 석우(공유) 딸 수안 역이다. 작가주의 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이 작은 여배우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어질지 상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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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현>
차지고 야무진 말솜씨

‘몬스터’(2014, 황인호 감독)에서 안서현(12)과 함께 출연한 김고은은 “나보다 현장을 더 잘 아는 서현이에게 의존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제1회 아이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드라마 ‘연애결혼’(2008, KBS2)으로 데뷔한 안서현. 커다란 눈망울과 아이답지 않은 야무진 말솜씨는 그만의 장점.

지난해 12월 종영한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SBS)에서 그는 죽음을 보는 능력으로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는 소녀 역을 맡아 강단 있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한 바 있다.

영화 ‘신의 한 수’(2014, 조범구 감독)에서는 바둑 천재 소녀 량량 역을 맡아, 바둑의 귀재도 쩔쩔매는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연기를 보여줬다. 앞으로 액션이나 스릴러 장르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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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원>
이런 오빠 어디 없나요

정준원(12)은 의젓한 오빠 혹은 아들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다. ‘오빠생각’에서는 전쟁통에 부모를 잃었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동구 역을 맡았다. 그는 동생 순이(이레)가 밥 먹는 것만 봐도 마냥 배부른 의젓한 오빠다. ‘오빠생각’에 함께 출연한 고아성은 “정준원의 눈물 연기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숨바꼭질’(2013, 허정 감독)에선 괴한의 공격으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성수(손현주)의 아들 호세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오빠생각’에서 동구는 열네 살로 설정됐다. 실제 정준원보다 두 살 많은 나이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정준원은 산골 소년 동구가 잿더미가 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 쓰는 모습을 다양한 감정으로 표현해냈다. 섬세한 내면 연기로 여진구의 뒤를 이을 아역 배우를 꼽는다면, 정준원이 맨 처음으로 거론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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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눈빛만으로 관객을 들었다놨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 SBS)의 소이(신세경)의 아역, ‘별에서 온 그대’(2013~2014, SBS)의 천송이(전지현)의 아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쌓은 김현수(16). 하지만 그가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건 영화 ‘도가니’(2011, 황동혁 감독)부터다.

황 감독은 “화장실에서 연두(김현수)가 교장에게 맞는 장면을 보며 나도 울었다. 김현수는 온몸으로 연기할 줄 아는 배우”라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연두가 수화로 억울함을 토로할 때, 김현수의 눈엔 괴로움과 굳은 결심이 동시에 스친다. 덕분에 관객은 함께 분노했고, 아이들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차기작은 김혜수·마동석 주연의 코미디영화 ‘가족계획’(김태곤 감독). 김현수가 지금까지 보여준 연기로 판단하건대, 코미디로 우리를 쥐락펴락하는 일도 그닥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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