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 김관영 문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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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22일 오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기획조정회의에 참석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이진 고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뉴시스]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영입 예정 이진 김앤장 고문이 보내
김 의원 “답 나왔네…그걸로 쭉” 답신
안철수 측과 김한길 측 갈등 드러내
호남 지지율 더민주에 밀리고
새 인물 영입도 더뎌 ‘신당 3중고’

 22일 오전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 기획조정회의.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김관영 의원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진(45·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김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이 고문은 ‘김한길 의원 측이 영입하려 한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돌았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안 의원 측 인사들을 견제하라는 내용을 문자에 담았다.

이 고문은 문자에서 ‘소통공감위원장 받고 일로 정리 쫘악 해 주고, 비례 받고’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답 나왔네…그걸로 쭉’이라고 화답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김한길·김관영 의원이 이 고문을 여성 1호 영입 대상으로 추천하면서 핵심 당직에 앉히자고 했다”며 “적임자가 아니어서 소통공감위를 신설해 맡길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저는 ‘계’가 없다. 계를 빼면 (문자 내용이) 해석되는 것 같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문자에서 ‘계’를 빼면 ‘안철수 조용히 있으라 하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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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윤여준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오른쪽)이 22일 서울 마포당사에 처음 출근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불거지는 갈등= 그간 국민의당에선 안 의원 측과 김한길 의원 측의 갈등설이 잠복해 있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최재천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지 않기로 한 것도 갈등설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과 가까운 최 의원이 선거기획단장을 맡을 경우 김 의원의 공천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안 의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오늘 문자메시지를 통해 갈등설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안·김 두 사람은 천정배 의원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가 충돌했다. 안 의원은 탈당 후 천 의원과 통합보다는 선(先)신당 창당에 매달렸다. 그러나 김 의원은 선통합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전날 비공개 의원연찬회에서도 “천정배 신당과 처음부터 함께했으면 창당작업이 쉬웠을 것”이라 지적했다고 한다.

 갈등 전선은 또 다른 곳에도 형성돼 있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안 의원 측이 현역 의원 불출마 운운했던데 당은 안 의원 혼자 하는 게 아니다”며 “친노 패권 때문에 더민주를 탈당했는데 안철수 신당에서 ‘문고리 권력’ 얘기가 나오는 게 웬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태규 창당실무지원단장이 “탈당파 현역 의원들 공천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반면 안 의원 측은 “이 단장이 무슨 문고리 권력이냐”며 황당해했다.

 ◆인물난에 호남 지지율 하락=내부 갈등과 함께 국민의당은 인물난, 호남 지지율 하락이란 삼중고(三重苦)에 빠진 상태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필두로 이날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보건복지 공약을 만든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를 영입했다. 영입 17호째다.

안 의원도 이날 김홍근 전 농어촌공사 농어촌정보기획단장을 영입해 정책자문역으로 임명하긴 했으나 여전히 국민의당은 더민주 탈당 의원들이 주축이다. 하지만 호남에선 오히려 현역 의원 물갈이 여론이 높다.

 그러다 보니 호남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19~21일 설문)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13%였다. 반면 더민주는 19%, 새누리당은 38%였다. 호남에서도 더민주(32%)가 국민의당(26%)을 6%포인트 앞섰다.

허진재 갤럽 이사는 “무당파가 국민의당을 이탈하고 있다”며 “인물 영입 경쟁에서 부진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이승만 국부론 이후 중도진보층도 이탈했다”며 “자칫 국민의당은 ‘정체성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글=김성탁·정효식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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