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 “위안부 성노예 여부, 사실 아닌 평가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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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인지 여부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의견 또는 평론의 영역에 속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강제성 인정’ 책 낸 요시미 교수
날조 주장하는 의원 상대 소송
법원, 진위 구분 못한다고 판단

위안부 문제 연구자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사진) 주오(中央)대 교수가 2013년 7월 사쿠라우치 후미키(櫻內文城) 전 중의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다.

일본 위안부 연구의 선구자인 요시미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인정하고, 군에 의한 ‘강제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저작물에 대해 사쿠라우치 의원이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은 시작됐다.

 사건은 2013년 5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당시 오사카(大阪) 시장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비롯됐다.

당시 하시모토 시장이 공동대표로 있던 보수 야당, 오사카유신회 소속 사쿠라우치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여기서 그는 요시미 교수의 저서에 대해 “조작이라는 것이 여러 증거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두 달 뒤 요시미 교수는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사쿠라우치 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저서가 날조라 부정하는 것은 연구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명예와 신용을 현저하게 손상당했다”며 1200만엔(약 1억 2400만원) 배상금과 사죄 광고 게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도쿄지방재판소는 20일 요시미 교수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종군위안부가 성노예였는지 아닌지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평가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이므로 사실에 관해 사용하는 ‘날조’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문제가 진위를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평가의 영역이라고 보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논란이 된 주제에 대한 판단을 피한 것이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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