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弗 들어오고 11억弗 나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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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의 국내투자 규모가 내국인의 해외투자보다 적어진 것은 물론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내의 투자여건이 나빠지면서 외국인은 덜 들어오고, 국내 기업들은 속속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수지는 4억1천만달러로 전년 동기(8억1천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직접투자는 공장 등 생산시설을 세우거나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등 생산과 영업을 목적으로 한 장기적인 투자다. 외국인 직접투자 수지가 줄었다는 것은 외국인들이 투자를 적게 하면서 투자금은 많이 회수해 갔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 수지는 10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11억6천만달러)에 비해선 약간 줄었지만 외국인 투자 수지의 두배가 넘었다.

외국인 투자 수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크게 늘어나 99년과 2000년에는 90억달러대에 달했으나 2001년부터 급감해 지난해에는 2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19억7천만달러)가 내국인 투자(26억7천만달러)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비싼 인건비나 노동시장의 경직성, 세금이나 각종 규제 등을 견디지 못해 잇따라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산업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기업들도 같은 이유로 국내투자를 꺼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나가는 마당에 외국기업이 굳이 국내로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외환위기 직후에는 싼 값에 기업의 M&A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으나 최근에는 M&A 매물도 줄고 가격도 올라 기업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투자대상을 찾기 어려워졌다. 극심한 노사분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다.

수출입은행 이재민 해외경제연구소장은 "해외로 나가려는 국내 기업을 붙잡아두고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며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업종이나 지역을 지정해 과감한 혜택(인센티브)을 부여하는 방법도 추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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