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도 "증시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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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권시장에 진출하는 대부업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부업법 시행에 따라 양지로 나온 대부업체들이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대외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증권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부업체인 제일캐피탈 그룹이 최근 증권업협회로부터 제3시장 신규 지정을 승인받아 1일부터 주식 거래에 들어갔다. 제3시장(공식명칭은 장외주식 호가 중개 시스템)은 상장 또는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곳으로 가격 제한폭이 없으며 매수는 현금으로, 매도는 해당 주식으로 한다.

제일캐피탈 관계자는 "제3시장의 거래량이 적어 주식매매를 통해 주가를 높이기 보다는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진출했다"고 말했다. 제3시장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과 달리 재무상태 등에 대한 심사는 없지만 회계법인을 통한 외부감사는 꼭 받아야 한다.

외부감사를 받은 만큼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 은행 등에서 자금을 차입하기도 쉬워진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대부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부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4월 제3시장에 등록한 중앙캐피탈은 같은 달 액면가 1만원짜리 보통주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모집해 2억1천여만원을 모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같은 주식공모는 제3시장 진출을 통해 투명성이 높아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사업 목적에 대부업을 추가한 코스닥 등록기업 리드코프(옛 동특)도 지난 4월 유상증자를 통해 1백70여억원을 확보한 뒤 이를 지점 개설 등에 활용했다.

한국대부 소비자금융협회 김명일 사무총장은 "현재 4~5개의 대부업체가 제3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은행.상호저축은행 등이 최근 연체율이 올라가고 도산이 증가하는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어 제3시장 진출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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