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우주 항해 나서는 '엄마 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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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03년 2월 미국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지구로 귀환하던 도중 공중 폭발해 일곱 명의 승무원이 모두 숨졌다. 이 참사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모든 우주탐사 계획은 일시 중단 상태에 들어갔다. NASA는 2년 3개월 만인 다음달 다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쏘아올린다.

이 디스커버리호의 선장은 에일린 콜린스(48)다. 여성인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 다닌다. 1991년 처녀 우주비행에 오른 콜린스는 95년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조종사가 됐고, 99년에는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선장이 됐다.

그는 지금까지 30종의 우주선에 올라 약 6000시간의 우주비행을 했다. 우주 체류만 500시간이 넘는다. 지난 1월 공군에서 제대해 지금은 민간인 신분이다.

그의 별명은 '엄마(mom)'. 남을 자상히 배려하는 성품에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번 우주 비행에 동참하는 일본인 비행사 노구치 소이치는 "그는 언제나 우리를 잘 챙겨준다"고 말한다.

뉴욕주 엘미라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대학(시러큐스대)을 다녔다. 비행사가 되는 게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대학을 마친 그는 공군에 입대해 꿈에도 그리던 조종사가 됐다. 공군에서 만난 남편(패트 영스)과 18년 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남편은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일한다.

컬럼비아호 참사는 콜린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그 자신도 컬럼비아호에 탑승한 적이 있었던데다 친구같이 지내던 동료들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비행을 앞두고 "우리는 더 강해졌고 더 겸손해졌다"면서"다시는 그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콜린스가 근무하는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존슨우주센터의 한 동료는 "그가 점심시간에 길을 나서면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걸음을 옮기기 힘들 때가 많다"고 말해 그의 높은 대중적 인기를 대변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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