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유럽·일본펀드마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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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해외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으뜸은 일본과 유럽이었다. ‘2015 중앙일보 펀드평가’에서 일본 펀드는 12.5%의 연평균 수익률로 1위에 올랐다. 10.76%의 유럽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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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역은 경기둔화 우려로 증시가 출렁인 중국, 원자재 가격 하락에 신음한 신흥국 보다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했던 미국과 달리 양적완화 등 경기 부양 카드도 있었다. 시장에선 이런 이유로 올해도 유럽과 일본펀드의 선전을 점쳤다.

올 수익률 일본 -8.2% 유럽 -5.63%
“유럽, 일본보다 기초체력 강해
서로 차별화된 주가 흐름 가능성

 하지만 탄탄한 듯 보이던 일본과 유럽 증시도 새해 들어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CAC 지수가 9.2%, 영국 FTSE 지수는 7.0% 하락했다. 특히 독일 DAX 지수는 11.1%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 지수도 9.9%의 손실을 냈다. 이는 펀드 수익률로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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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유럽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15일 기준)은 -5.63%다. 7개의 상품이 있는 독일펀드에서도 5.96%의 손실을 냈다. 일본 펀드는 -8.2%까지 하락했다. 중국 증시 급락,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불안감을 두 지역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세계 증시 급락은 유럽·일본·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이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저유가로 자국 에너지 기업의 부실이 커질 거란 두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요한 건 앞으로 두 지역에서 다시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인가다. 유럽과 일본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비록 연초 이후 많은 손실이 났지만 조금만 기간을 넓히면 유럽의 성적은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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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개월간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탁스600는 2.9%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8.7%), 미국 S&P500지수(-4.95%)보다 견디는 힘이 셌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증시는 최근 2~3년간 상승세를 탄 미국이나 일본보다 주가지수가 덜 올라 주가수익배율(PER)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추가 수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쓸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유럽이 회복한 건 2011년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돈을 풀어 유로화 약세와 경기부양을 주도해서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증시의 최근 부진은 지난해 말 발표된 ECB의 경기부양책이 만족스럽지 않은 이유도 있다”며 “21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부양 신호가 나오면 분위기는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일본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회복했던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시장에서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박중제 연구원은 “일본은 연기금 등 기관이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투자자 동요를 막기 위해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하연 연구원은 “추가완화가 이뤄지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기업의 성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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