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3년 전 나이 제한 설움 딛고 엘리트그룹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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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사진 골프파일]

코리안 브라더스의 막내 김시우(21·CJ)가 3년 전 설움을 딛고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김시우는 18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에서 16언더파로 4위에 올랐다. 호쾌한 장타와 패기로 우승 경쟁을 했고 젊은 엘리트 그룹에 들어갔다. 김시우는 올 시즌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김시우는 2012년 말 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을 17세5개월이라는 역대 최연소 나이로 통과했다. 하지만 만 18세 이상 출전이라는 나이 제한에 걸려 2013년 6월까지 출전할 수 없었다. 김시우는 1995년 6월28일 생이다.

억울했지만 김시우는 웹닷컴(2부) 투어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 18세가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나이 때문에 2부 투어 카드도 못받았다. 그래서 월요예선을 거쳐야 했다.

2013년 초반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등 2개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지만 컷 탈락했다. 그리고 7월 그린 브라이어 클래식에서 PGA 투어 정식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샌더스 팜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는 11오버파 83타를 치는 굴욕도 맛봤다. 결국 2013 시즌에 PGA 투어 8개 대회에서 한 차례도 컷 통과를 하지 못했다. 투어 카드를 따고도 결국 8개 대회만 출전하고 다시 시드를 잃은 김시우는 PGA 투어 Q스쿨이 폐지되면서 웹닷컴 투어의 Q스쿨을 두드려야 했다.

2부 투어 Q스쿨을 통과한 김시우는 2014년부터 웹닷컴 투어에 올인했다. 아버지와 함께 아메리칸 대륙을 돌며 외로운 싸움을 했다.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파나마, 멕시코 등 대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힘겨운 여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10대의 어린 청년이 거친 코스와 여정에 곧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김시우는 샷이 오락가락했다. 클리블랜드 오픈 3위가 2014 시즌 유일한 톱10 기록이었고, 19개 대회 출전해 컷 통과는 4번에 불과했다.

고되고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김시우는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시 웹닷컴 투어 Q스쿨의 문을 두드린 뒤 2015 시즌에도 힘겨운 도전을 이어나갔다. 2015 시즌은 이전 시즌과 달랐다. 초반 4개 대회를 연속 컷 통과하며 안정적인 기량을 펼쳤다. 한 번 경험해봤던 코스여서 한결 수월했다. 7월 스톤브레 클래식에서 플레이오프 접전 끝에 첫 우승컵을 거머쥐며 자신감이 붙었다. 8월 센티널 오픈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해 일찌감치 PGA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 2015 시즌 웹닷컴 투어 성적은 25개 대회 출전에 우승 포함 톱10 3번, 상금 순위 10위(22만5268달러)였다.

3년 만에 다시 PGA 투어로 복귀한 김시우는 2부 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단단해졌다. 안병훈이 유럽 2부 투어에서 3년간 기반을 닦은 뒤 두각을 나타낸 것처럼 김시우도 올 시즌 초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부를 거쳐 PGA 투어에 입성한 신예들의 올 시즌 돌풍에 김시우도 동참하고 있다. 김시우는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2015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세계랭킹이 800위권 밖이였는데 지금은 27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소니 오픈 성적을 포함하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 초반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면 올림픽 출전도 불가능하진 않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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