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에 새 생명, 하늘로 간 22개월 재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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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아기천사’가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본지 1월 7일자 26면) 생후 22개월 된 길재흥(사진)군이다. 2남1녀의 ‘막둥이’ 재흥이는 지난 7일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재흥이는 머리와 비장 등에 중상을 입었다. 할머니가 숨졌고 엄마와 11살 누나도 중상을 입었다.

교통사고로 뇌사…간·신장 기증
“이식수술 절실한 이들 돕고 싶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재흥이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아빠 길민석(44)씨가 매일 재흥이가 깨어나길 기도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길씨는 “옹알이만 들어보고 아직 대화도 못 나눠본 아들을 보내기엔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우리 천사가 다른 생명을 구하고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다”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병상의 부인도 설득했다. 하지만 안구 기증만은 하지 않았다. ‘아이 혼자 하늘 나라로 가야 하는데 눈이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찾아갈까’라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재흥이는 사고를 당한 지 일주일만인 14일 수술대에 올랐다. 간과 신장은 2명에게 전달돼 ‘제2의 생명’을 줬다. 재흥이는 15일 오전 화장터로 옮겨져 가족과 영원한 작별을 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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