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손자 30시간 폭행해 숨지게 한 할머니‘징역 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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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손자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기소된 박모(51·여)씨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6년을 확정했다. 이는 2014년 아동학대범죄에 관한 특례법 제정으로 '아동학대치사죄'가 신설된 이후 대법원까지 상고해 확정 판결이 난 첫 사례다.

대법원‘아동학대치사’첫 판결
특례법 제정된 후 형량 높아져
하급심 양형은 아직 들쭉날쭉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박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나이 어린 손자를 훈계한다는 명분으로 장시간 무차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을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이처럼 선고했다. 박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2심 결론이 바뀌지 않았다.

박씨는 지난해 3월 만 7세 친손자 A군에게 “5000원을 훔쳐간 것을 실토하라”며 무릎을 꿇린 채 부러진 빗자루로 종아리·엉덩이를 서른 시간에 걸쳐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군은 매를 맞은 다음날 새벽 양쪽 엉덩이와 다리의 피하 출혈 및 근육간 출혈로 인한 쇼크로 사망했다.

박씨에게 적용된 아동학대치사죄는 '아동학대범죄로 아동을 사망하게 한 사람'을 징역 5년∼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형법의 상해치사·폭행치사죄(징역 3년 이상)보다 형량이 높다. 2013년 '칠곡 계모 사건'의 계모에게는 상해치사죄가 적용됐다.

아동학대치사죄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지금까지 10건의 재판이 진행됐지만 사건마다 양형이 들쭉날쭉이다. 지난 7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5세 딸의 배를 걷어차 복부 손상에 의한 심폐정지로 숨지게 한 친부 신모씨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몸무게 108㎏의 신씨는 자신이 잠든 사이 빵을 먹었다는 이유로 몸무게 16㎏인 딸의 배를 세 차례 걷어찼다.

재판부는 “친모가 선처를 바라고 있고 딸이 사망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해진 것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신씨 측은 “우발적으로 때린 건 맞지만 곧바로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사망했고 본인도 크게 상심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1심 법원아 우발적인 사고였음을 인정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달 22일 서울서부지법은 생후 28개월 된 아들의 입에 스타킹 재갈을 물려 질식사시킨 친모 변모(45·여)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친부가 선처를 호소했고 변씨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점이 인정됐지만 살인죄에 준하는 형이 내려졌다.

지난해 5월 울산의 신생아 유기 사망 사건에서는 미혼모 정모(27)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할 지, 형법상 영아유기치사죄(징역 3년 이상)를 적용할 지를 놓고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울산지법은 “아동학대치사죄는 영아유기치사죄와 사실상 내용은 동일하면서 형량만 높인 것이라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직권으로 죄명을 영아유기치사죄로 변경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아동학대치사죄는 아동학대 범죄로 인해 영아가 사망한 경우까지 포함해 처벌하려는 것으로 위헌이 아니다”고 판단한 뒤 죄명을 다시 아동학대치사죄로 고쳐 판결했다. 형량은 같았다.

임장혁·이유정 기자 uuu@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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