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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꿈, 친환경 자동차 타고 달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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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30면

자동차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일컬어지는 ‘바퀴’와 여기에 내연기관을 장착한 현대적 의미의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 없어선 안될 이 자동차가 또다시 획기적인 변신의 지점에 서 있다. 전기나 수소를 이용해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 친환경 자동차가 그것이다. 국내외 업체들은 신기술로 무장한 친환경 자동차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광주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자동차산업밸리’. 이 야심찬 사업은 ‘광주의 꿈’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및 친환경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골자는 자동차 전용산단을 조성하고, 기업들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의 집적화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걸 완성하는 것이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광주형 일자리’다. 적정임금의 고용으로 업체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청년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점차 구체화돼 가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항구를 끼고 있지 않은 내륙도시라는 한계도 있다. 저렴한 인건비, 환율 리스크 해소 등을 위해 업체들이 해외투자를 늘리면서 국내투자는 저조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광주가 ‘자동차’를 선택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자동차는 광주경제의 핵심이다. 올해는 1965년 광주에 아시아라는 이름으로, 첫 자동차 공장이 설립된 지 반세기를 넘어서는 해다. 광주는 지난 2012년 이후 연간 62만대 생산규모를 갖추면서 국내 제2의 자동차 도시로서 기반을 다져왔다.


자동차 관련 업종 종사자는 14만9000명으로 전체 제조업 고용의 23.7%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도 13조2000억원으로 제조업 매출의 42.6%에 이른다. 사실상 자동차가 광주를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광주는 자동차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먹거리가 없다. 지난해 청년 고용률은 34.8%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을 속절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광주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따라서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산업의 육성은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하며,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절박한 사명 같은 것이다. 여건도 충분하다. 부품산업, 광산업, IT, 가전, 뿌리산업 등이 집적화돼 있다. 융·복합을 통해 미래형 자동차에 훨씬 수월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산업밸리 조성은 녹록치 않은 작업이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잦은 분규와 갈등으로 업체들이 이탈해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의 길을 걸을 것인가. 기업과 노동자가 연대해 끊임없는 혁신에 나선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의 길을 갈 것인가. 광주의 선택은 자명하다.


광주라면 가능하다. 광주가 어떤 곳인가. 시민들은 위기 때마다 침묵하지 않고 연대하는 ‘광주정신’을 발휘해왔다. 광주정신은 80년 5월 계엄군과의 대치 상황 속에서도 주먹밥을 나누고 피를 나누면서 질서를 지키는 시민 자치로 발현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메르스 등의 위기에서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하계U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제 ‘광주 정신’은 먹고사는 문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동차산업밸리 조성 사업을 직시하고 있다.


나는 히말라야 등반대장을 맡아 과거 수차례 히말라야에 오르면서 ‘도전은 대원들과의 깊은 신뢰 속에서 가능하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서로 몸을 묶은 채 아찔한 크레바스를 건너거나 거대한 빙벽을 오르는 것은 위험에 처해도 동료가 구해줄 것이란 굳은 믿음, 나아가 동료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집중하고 힘을 내야 한다는 책임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자 하는 것도 150만 광주시민과 공직자들이란 든든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히말라야 원정대를 꾸리는 각오로 ‘자동차산업밸리’라는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의 길이기도 하지만, 한국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가져온다는 확신과 신념으로 이 여정에 나선다.‘등산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그렇게 가다보면 길이 되고 루트가 된다’고 했다. 광주가 가는 길은 미래이고 희망이다. 광주가 가면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길이 될 것이다.


윤장현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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