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통합시대] 上. 22년 논란끝 '한집 살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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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일 건강보험 재정이 통합됐다. 통합.분리 논쟁이 20여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신뢰를 곧추세우고 건보 살림을 튼튼하게 하는 일은 이제부터다. 통합의 문제점도 하나씩 풀어야 한다. 향후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이번 재정 통합으로 직장과 지역 건보가 명실상부하게 통합하게 됐다."

30일 퇴임한 이상룡 건강보험공단 전 이사장은 이날 이임식에서 통합 완성을 선언하며 감개무량한 표정이다. 1980년 10월 당시 천명기 보건사회부장관(99년 작고)이 청와대 업무보고 때 처음 통합론을 꺼낸 뒤 22년8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실제 통합 작업이 시작된 98년 10월 이후 4년8개월 만에 직장과 지역 건보의 돈 주머니를 합침으로써 마지막 산을 넘었다.

1일 임시국회 회기가 끝남으로써 한나라당이 제출한 건강보험 재정 통합 2년 유예 법안은 처리할 수 없게 됐다.통합 논쟁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보.혁 싸움이 깔려 있다. 분리론자들은 건보 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했고 통합론자는 소득 재분배 기능을 확대해 사회 연대를 강화하자고 맞서 왔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건강보험의 발전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한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사회보험팀장은 "통합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난 이념 논쟁이었는데도 너무 오랫동안 매달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통합 반대의 선봉에 섰던 이원형 의원은 "통합된 마당에 구분 계리 (計理) 나 분리를 주장하면 '정책 뒷다리잡기'밖에 안된다"라고 말했다.

재정 통합으로 당장 건강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오르거나 보험 적용 범위가 달라지지 않는다.

2006년까지 지역 보험료에 대한 국고지원액(재정의 40%)을 계산하기 위해 재정도 지금처럼 따로 계산한다. 달라지는 것은 직장재정이 지역재정에서 돈을 빌려 쓰는 대가로 매년 지출해온 이자(지난해 28억원)가 없어진다. 외형적으로 큰 변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이 1백% 노출돼 있는 직장가입자들은 보험료 부담이 늘 것이라는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성균관대 김병익 교수는 "재정을 통합했다고 끝은 아니다. 정부가 직장인의 불안을 씻어낼 때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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