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마라토너 에루페, 특별귀화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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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대한체육회가 특별 귀화를 신청한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

말라리아 예방 주사 맞아 도핑 적발
체육회 “치료 목적 여부 재확인 필요”

 대한체육회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법제상벌위원회를 열고 대한육상경기연맹에서 신청한 에루페의 특별 귀화 신청안을 심의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 끝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체육회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자료를 추가 검토한 뒤 귀화 여부를 재심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논란이 된 건 에루페의 도핑(금지약물 복용) 전력이었다. 에루페는 2012년 12월 말라리아 예방 주사를 맞았다가 IAAF의 불시 도핑 테스트에 적발돼 2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날 위원회에 참석한 에루페는 “당시 치료 목적으로 주사를 맞았다.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래혁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은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게 맞는 지 IAAF 등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적용 시기 문제도 보류 사유가 됐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 6항엔 ‘도핑 관련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에루페에 대한 IAAF 징계가 발효된 이후인 2014년 7월에야 이 규정이 제정돼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에루페는 2008년 케냐에서 마라톤 캠프를 운영하던 오창석(53) 백석대 교수의 권유로 마라톤에 입문했다. 그는 2011년부터 한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 5차례 출전해 모두 1위에 올랐고, 2012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선 2시간5분37초를 기록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 마라톤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초 한국으로 귀화 의사를 밝힌 뒤엔 오 교수의 성을 따서 오주한(走·달릴 주+韓·한국 한)이라는 한국 이름도 지었다.<본지 2015년 4월 23일자 28면> 이날 회의에 태극기로 장식된 팔찌를 차고 나타난 에루페는 “한국의 어린 마라토너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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