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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상호 간의 믿음 바탕 … 혁신적 행동으로 경제가 살아나 신장 되고 신명 이 나는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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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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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大山) 김석진

 병신년(丙申年)의 신(申)은 땅(田)에 씨앗을 심었던 것이 살아나는 현상을 표현한 글자다. 밑으로 내린 ‘?’은 씨앗을 땅에 심은 것이고, 위로 올라간 ‘?’은 땅속에 들어가 죽은 줄 알았던 씨앗이 싹터 나오는 모습이다. 죽어야 새로운 것이 살아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신(申)을 ‘펼 신’이라 하고, 펴는 것은 믿음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해 펼 신(伸)자와 믿을 신(信)자를 같은 글자로 보기도 한다. 또 가운데 글자를 ‘절구 구(臼)’자로도 보는데, 이때 ‘?’는 절구 공이로 곡식을 도정한다는 뜻이 된다. 껍질을 지닌 곡식이 죽어야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알곡이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글자는 모두 고정관념이나 욕심을 버려야 행복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申)의 마음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示)을 신(神=示+申)이라 하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신이 돕는다고 한 것이다.

주역학자 김석진옹이 본 병신년(丙申年)

 열두 띠로는 원숭이띠라고 해 원숭이가 주관하는 해로 본다. 원숭이를 잔나비라고도 한다. 그래서 ‘신(申)’을 납 신(잔나비 신)이라고 음과 훈을 새긴다. ‘잔’은 ‘작다’ ‘잽싸다’ ‘경솔하다’라는 접두사이며 ‘납’은 원숭이라는 말이고 ‘이(잔납+이)’는 접미사이다. 또 병(丙)은 환하게 밝히는(炳) 불기운의 시작이고, 신은 이미 설명했듯 열매가 숙성되는 시작이다. 아직 제대로 열매가 익지 않은 것이다. 또 별자리로 보면 원숭이는 삼수(參宿)와 자수(?宿)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가을의 결산을 준비하고 침략에 대비하는 별이다.

 그러므로 병신년은 ‘흉내를 잘 내고, 재주가 많으며, 가족에 대한 정이 애틋하고 저장을 잘하는’ 원숭이의 성향이 발현되면 노사가 화합하는 가운데 기술과 디자인 및 저장·유통사업이 발전하며 ‘잘고, 잽싸고, 경솔하며, 욕심 많은’ 원숭이의 특성이 발현되면 미움과 속임수에 이은 노사 충돌, 외국의 자본과 문물·정책 등등의 침입이 있게 된다. 북한 등 주변국을 경계하고 산업을 지키기 위한 첩보 작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원숭이의 성격을 말하는 사자성어를 보면 우선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들 수 있다. 이 말과 관련해 세 가지 평가가 있다. 먼저 ‘원숭이를 사랑해서 길렀는데 속이려고 했겠는가? 흉년을 만나서 어떻게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고 임시방편을 썼을 뿐인데, 서로 간에 충분한 이해와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원숭이를 속였다는 오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또 ‘원숭이가 똑똑한 것 같아도 사람만 못하므로, 정치꾼이 어리석은 백성을 속이듯이 농락해 자신의 뜻을 이룬 것이다’라는 평도 있다. 혹자는 원숭이가 최선의 타협을 했다고 한다. 어차피 흉년이 되어 줄여 먹을 거라면, 먼저 많이 받아서 경제적으로 규모 있게 잘 쓰면서 원숭이 자신이 선택했다는 자존심도 살리려고 흔쾌히 타협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노사정이 참고할 일이다.

 원숭이를 목욕시킨 뒤 사람의 옷과 모자를 씌워놓았다는 뜻의 목후이관(沐?而冠)이라는 말이 있다. 항우가 중국을 평정하고 패왕이 됐으면서도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는 없고 그저 고향에 가서 출세한 것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 사람처럼 꾸몄지만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원숭이에 불과하다고 비꼰 말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권에도 겉으로는 큰 인물 같아 보이지만 실은 원숭이만도 못한 사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자기 재주를 너무 믿다 잘못된다는 뜻의 원후취월(猿?取月)이 있다. 원숭이가 나무에 올라가 나뭇가지를 붙들고 물속에 잠긴 달을 건지려다가 붙들고 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져 빠져 죽은 것이다. 역시 작금의 노사정이 참고할 일이다. 이러한 원숭이를 주제로 한 사자성어는 원숭이가 재주 많고 똑똑하지만 조금씩 모자라 낭패를 본다는 뜻을 품고 있다.

 병신(丙申)을 놓고 괘(卦)를 지어 보면 대유괘(大有卦)가 변해서 대장괘(大壯卦)가 된다. 대유괘는 하늘 높이 해가 떠올라 온 세상을 밝게 비춰준다는 뜻의 괘다. 네 편 내 편 상관없이 모두 그 혜택을 볼 수 있으므로 “크게 착하고 형통하다”고 하였다. 또 대장괘는 하늘 높은 곳에서 벼락을 쳐 위엄을 보이듯이, 자신의 강한 힘을 바탕으로 약삭빠르고 재주 많은 소인배를 몰아내는 괘이다. 아무리 옳은 일일지라도 단계를 밟아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므로 “바르게 하는 것이 이롭다”고 하였다.

 또 그 효사(爻辭·궤를 이룬 여섯 개의 획)를 보면 대유괘는 “하늘이 도와 길하고, 또한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하고, 대장괘에는 “숫염소가 힘만 믿고 울타리를 들이받다가 뿔이 박혀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므로 이로울 것이 없다. 어렵게 여기고 조심하면 이런저런 일 없이 길하다”고 했다. 서로 믿고 존경해서 크게 길한 해가 될지, 자신의 요구만 주장하다가 진퇴유곡에 빠질지는 백성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공자는 이 점괘를 보고 “하늘의 도움을 받으려면 본분을 지키고 순리대로 해야 하고,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면 진실하게 신의를 지키며, 나보다 훌륭한 사람을 인정하고 존경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대방의 약점과 흠을 밝히려고 하기보다는 장점과 선한 행동을 칭찬해줘야 밝고 명랑하며 부유한 사회가 된다”고도 했다.

 병신년에는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고(936년),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고자 팔만대장경을 만드는(1236년) 등 군사적 사건이 많았다. 또 정조가 반대파를 누르며 개혁정치를 펼쳤고(1776년), 아관파천하는 처지이면서 왕의 지위를 황제로 높이고자 했으며(1896년), 민주적 역량이 없는 것을 이용해 부정선거(1956년)를 저질렀으니 신중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병신년의 기운과 조짐의 가르침은 계층 상호 간의 신(信·신용)을 바탕으로 신(新·창조적이고 혁신적)의 행동을 해서 신(申·죽었던 경제가 살아남)되고, 신(伸·신장돼 더욱 커짐)이 되며, 신(神·하늘의 복을 받아 신명이 남)나는 ‘신신신신신(信新申伸神)’의 해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총선이 든 2016년 원숭이에 현혹되지 말고 올바른 사람을 선택하며, 이미 열린 통일의 문과 경제 발전의 문 등 모든 부문에서 ‘신신신신신’의 판단과 열매를 얻었으면 한다.

대산(大山) 김석진

1928년 충남 논산 출생. 현존 최고의 주역학자로 통한다. 야산(也山) 이달(1889~1958) 선사에게 시경·서경·역경 등을 공부했다. 그에게 주역을 배운 제자가 1만여 명에 이른다. 『주역전의대전역해』 『대산 주역강해』 『주역점해』 『대산 김석진 선생이 바라본 우리의 미래』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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