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100세 시대 ‘알파인간’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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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은 22세, 여성은 24세였다. 그런데 지난해 남성은 78세, 여성은 85세가 됐다. 의학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그런데 많은 미래학자들은 2045년엔 평균 수명이 100세가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의학 기술이 현재보다 훨씬 발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이 비싼 진화된 의학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을까? 결국 경제력의 차이에 의해 수혜자가 달라질 것이다. 결국 경제력 양극화가 수명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30회 ‘100세 시대 알파인간’(오늘 밤 9시 45분 방영)에서 볼 수 있다.

◇ 2045년 평균 수명 100세 이상? = 대전시 가장동에 사는 101세 백양흠 씨는 3년 전까지 축구 경기를 했다. 요즘도 혼자 공차기를 하곤 한다. 대전 서구보건소에서 체성분 검사 등을 측정한 결과, 백 씨는 50대의 운동 능력을 갖고 있다. 최근 백씨처럼 100세에도 건강한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100세 이상 노인 수는 2005년 960명에서 지난해 1만5천여 명으로 늘었다.

1900년대 초 한국의 평균 수명은 남성은 22세, 여성은 24세. 그런데 지난해 기준으로 남성은 78세, 여성은 85세가 됐다. 100년 만에 평균 수명이 무려 60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의학자와 생명공학자들은 천연두와 흑사병 등 전염병을 퇴출시킨 항생제와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엑스레이 등을 평균 수명 연장의 1등 공신으로 꼽는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 팀이 취재한 결과, 미래학자 20명 중 13명은 2045년에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00세가 넘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의학 기술이 나날이 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인간을 젊어지게 할 기술은? = 생명공학연구소는 최근 근육노화방지기술을 개발했다. 나이가 들면 근육 생성을 돕는 특정 유전자가 줄어드는데, 젊은 쥐에서 근육생성 유전자를 추출해 늙은 쥐에 주입하자 근육세포가 재생돼 늙은 쥐의 운동능력이 월등히 높아졌다. 늙은 쥐가 회춘한 것이다.

또 유전자 해독도 노화 방지 기술로 꼽힌다. 유전자 해독을 통해 나이가 들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데, 발병 전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또 한 대학 로봇 연구실은 박테리아 로봇이라는 항암 치료법을 개발했다. 항암제를 실은 박테리아가 몸 속 암 세포에 접근해 항암제를 분사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장기이식도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획기적 기술로 꼽힌다. 실제로 2001년 미국소방관 패트릭 하드슨 씨는 머리 전체에 3도 화상을 입었는데, 2014년 세상을 떠난 청년에게서 기증받은 안면 피부를 이식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탈이 나는 장기가 생기기 마련인데, 장기이식을 통해 교체할 수 있다면 수명은 연장될 것이다.

◇ 경제력 양극화가 수명 양극화 초래? = 하지만 늘어난 수명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인 평균 퇴직 연령은 52.3세. 기대 수명을 30년 앞두고 퇴직하는 것이다. 그런데 퇴직자의 상당수는 편안한 노후를 즐길 경제력을 갖추지 못 한 상태이다.

그런데 한 미래연구소는 2045년 서울시 인구 중 37%가 60세 인구로 채워진다고 한다고 예측했다. 이들 중 누가 미래에 진화된 의학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느냐는 경제력 차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미 빈부 격차에 따라 평균 수명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가령 현재 서울 강남 3구의 기대 수명은 85세. 그러나 경남과 경북에는 평균 수명이 78세에 그치는 곳도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에 자살과 존엄사가 늘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근에 국회에선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택하는 ‘웰다잉법’이 통과됐다. 100세 시대에 ‘나는 언제까지 왜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안고 사는 노인들이 늘어날 것이다.

JTBC 탐사기획국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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