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중·일 갈등 확산을 우려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중국 내 반일 시위가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처음 대도시 몇 군데에서 시작됐던 시위는 이제 상하이(上海).선양(瀋陽).홍콩 등 전국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 시위 양상도 단순한 가두 시위에서 일본계 상점 및 기업에 대한 공격과 상품 보이콧, 일본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중국 근로자의 파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일본에서도 중국 내 시위의 과격성에 영향을 받아 일본 내 중국공관에 대한 공격과 협박, 항의성 분신 등 폭력적 대결 양상도 보인다.

아시아의 발전과 평화를 위해서나 중.일 양국의 우호협력을 위해서나, 양국이 이처럼 대립하는 모습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식의 대립과 갈등이 계속될 경우 양국의 과격한 민족주의 기운이 패권 다툼을 부추기고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기조를 깨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국 외교부와 지도층이 솔선수범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일본 측의 전향적이고도 대승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중국과 한국,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시위 및 반일 감정은 일본 측의 역사 왜곡과 영토 도발, 주변국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일부 우익정치인의 망언으로 촉발된 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이 현재의 반일 감정과 시위의 근본원인에 대한 언급 없이 중국 내 폭력시위로 인해 빚어진 일본 측의 피해에 대한 보상과 사과만을 요구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물론 중국 당국도 외교시설과 건전한 투자기업들에 대해선 철저한 안전을 보장해줘야 하며 시위가 폭력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동북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중.일 3국의 불편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일본 지도자들이 보다 더 전향적이고 대승적인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유엔안보리 진출을 위해 저개발국을 상대로 '환심 외교'를 벌이기보다 중국.한국 등 이웃 나라의 신뢰를 얻는 일이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