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발 부동산 경고등 … 미분양 한 달 새 54%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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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단일 부지에 사상 최대 규모 분양이 이뤄질 예정이라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10월 분양을 시작한 이 아파트의 계약률은 60%로 나타났다.

11월 전국 1만7503가구 늘어
용인에서만 4000여 가구
건설업체 막판 밀어내기 영향
업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정부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

해당 건설업체 측은 “초기 계약률치고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단지를 포함해 11월 용인시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8156가구로 나타났다. 10월(3920가구)의 두 배가 넘는다.

인근에서 C공인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전모(49)씨는 “지금도 주변 2차로 도로에 차가 밀린다”며 “편의시설 확충 없이 한꺼번에 많은 물량을 쏟아내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용인을 포함해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서 ‘밀어내기’ 분양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1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한 달 전보다 54.3% 증가했다. 한 달 증가 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부동산 활황 끝자락에 편승하고, 내년 주택담보대출 죄기를 의식한 업계가 분양 물량을 10~11월 집중시킨 영향이다. 국토교통부는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전월(3만2221가구) 대비 54.3% 증가한 4만9724가구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증가 가구수(1만7503가구)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6월(1만9000가구) 이후 최대다.

 미분양을 주도한 건 수도권이다. 수도권 미분양은 2만6578가구로 전월(1만5576가구) 대비 70.6% 증가했고, 지방은 전월(1만6645가구) 대비 36.1% 증가한 2만3146가구로 나타났다. 수도권 중 경기도가 전월 대비 74.3%(9299가구)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다. 경기 중 미분양 물량이 많은 곳은 용인시(8156가구)·김포시(2994가구)·화성시(2746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용인과 김포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각각 108%와 49%에 달했다. 지방은 울산(310.1%)·충북(238.6%)·대전(93.3%) 등 순으로 늘었다. 증가 물량은 충북(2899가구)·충남(1508가구)·대전(515가구) 순으로 많았다.

 국토부는 사상 최대 미분양 증가율은 10~11월 신규 분양승인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10월과 11월 분양승인 실적은 각각 8만4000가구와 7만3000가구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건설업계가 올해 많은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소화불량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공급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선 내년 정부의 가계 부채 억제 대책 시행과 금리 인상이 맞물려 건설업계가 밀어내기 분양 물량을 더 쏟아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 토지를 그대로 갖고 있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져 기업 입장에서 손해”라며 “당분간 분양 승인이 더욱 많아져 내년 상반기까지 미분양 증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국토부는 11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47가구로 전달 대비 2.9%(315가구) 줄었다고 밝혔지만 2~3년 후엔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부 연구위원은 “준공 후 미분양 실적은 2년 전 미분양 물량에 영향을 받는다”며 “금융 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으니 지금 정부가 개인 대출 규제를 통해 공급 물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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