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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대 49 협상 … 한·미·일 3각 협력 재건할 모멘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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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2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본 규탄 시위를 벌였다. 회담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탑승한 차량이 경찰에 둘러싸인 시위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경빈 기자]

28일 타결된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두고 전문가들은 모처럼 마련된 외교 모멘텀을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본 한·일 협상
법적 책임, 강제성 명시 빠졌지만
합의문에 간접적 방식으로 표현
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 설득 과제
“박 대통령, 위안부 피해자들 초청
직접 동의 구하는 과정 있어야”

 전문가들은 합의문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명시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외교 협상의 특성상 최선은 다한 것이라고 평했다. 한국외대 남궁영 정치언론대학원장은 “법적 책임과 강제성을 명기하려면 100% 이기는 외교협상을 하겠다는 것인데, 국가 간 합의에서 일방이 100% 이기는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고려대 김성한 국제대학원 교수도 “이번에 타결을 짓지 않았더라면 일본과는 소모적 외교 분쟁의 쳇바퀴를 계속 돌릴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안보 협력 등 한·미·일 3각 구도 재건에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합의문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명시하면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한 부분 때문이다. 김성한 교수는 “‘군의 관여’는 곧 법적 책임을, ‘상처를 입힌 문제’라는 문구엔 강제성이 내재돼 있다”며 “일본 정부도 이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인휘 국제학부 교수 역시 “일본이 직접 거론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공감을 표한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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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성향이 뚜렷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개인 자격이 아닌 일본 총리 자격으로 사죄했다는 점에도 의미를 두며 ‘한국 51대 일본 49’(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협상이란 평가를 하기도 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위안부 협상은 큰 그림에서 봐야 하는 문제”라며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구축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초청해 협상 절차와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궁영 원장도 “양국이 아전인수 해석을 하기 시작하면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소통을 주문했다. 주일대사를 지냈던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은 “일본 역사 교과서 등에 위안부 관련 사실을 넣는 방식으로 일본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는 방식 등을 후속 회담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인휘 교수는 “이번 합의가 역사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는 쪽으로 흐름이 이어지면 안 된다”며 “교과서·독도 등의 문제가 남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전수진·현일훈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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