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동탄 안 가요” … 수원택시, 승차거부 민원 1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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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11시30분 수원역 앞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타고 있다. 경기도는 택시 사업구역·요금체계가 시·군마다 달라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 수원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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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오후 11시30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수원역사 앞 택시승강장. 매서운 겨울바람 속 한 여성이 길게 줄지어 선 택시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연신 차창 너머 택시기사에게 “화성 동탄신도시 솔빛마을 가나요?”라고 묻지만 “지금 이 시간에 못 가지”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여성은 화가 난듯 기사에게 “승차거부 아닌가요?”라고 따졌다. 기사는 “아가씨 제대로 알고 말해야지. 수원택시가 화성을 안 간다는 데 무슨 승차거부야”라고 받아쳤다. 20여 분째 발만 동동 구르던 여성은 울상을 지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아빠 나 좀 태우러 와야겠어. 택시가 안간데….”

인접도시 운행거부가 절반 넘어
사업구역 달라 법 위반 해당 안 돼
빈차로 나올 때 많아 택시들 꺼려
“경기도 내 구역·요금 통합이 해법?

 몇분 후 택시를 타러 승강장에 온 김모(25)씨도 계속 퇴짜를 맞았다. 김씨는 “용인시 기흥 구청 근처 집에 가야 하는데 기사들이 용인을 갔다 빈차로 오면 손해라고 안 간다. 근처 친구네 집에서 자고 가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연말연시 수원역 앞 택시승강장의 모습이다.

 수원은 전국에서 승차거부 민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지난 3년간 (2013~2015년 연말연시) 발생지가 명시된 승차거부 2139건을 분석한 결과 수원시가 4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성남시(258건)와 서울시(199건), 부천시(190건)가 그 뒤를 이었다.

 수원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상 택시기사가 사업구역 외 지역으로의 운행을 거부하는 것은 승차거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권익위에 제기된 465건의 수원지역 민원 중 절반이 넘는 244건(52.5%)이 ‘인접도시 운행거부’였다. 경기지역은 택시업계의 구조적 문제로 인접도시 운행거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전역이 하나의 사업구역으로 요금체계가 동일한 서울시와 달리 31개 시·군마다 사업구역과 요금체계가 다르다. 그나마 사업구역이 통합된 곳은 ▶과천·군포·안양·의왕 ▶광주·하남 ▶구리·남양주 등 뿐이다.

 특히 수원의 경우 인접한 화성(동탄·병점), 안산, 용인(기흥·흥덕) 등과 같은 생활권이지만 택시 사업구역은 다르다.

 수원역에서 동탄을 갔다 빈 차로 되돌아오면 운전기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수원역으로 나오는 손님만 태울 수 있고 동탄 시내 영업은 못하기 때문이다. 택시요금도 문제다. 기본요금(2㎞당 3000원)은 경기도 전역이 같지만 거리요금은 다르다. 수원·성남 등 대도시군은 거리 요금이 144m 당 100원으로 화성·용인 등 도농복합 ‘가’군(113m 당 100원)과 이천·안성 등 도농복합 ‘나’군(85m 당 100원)에 비해 싸다. 수원택시가 화성서 손님을 태우고 되돌아 오면 대도시 요금이 적용된다. 화성이나 동탄에 가는 것보다 하루 유동인구만 40여만명인 수원역에서 수원시내 손님을 태우는 것이 유리하다.

 수원지역 택시기사 강모(43)씨는 “늦은 밤에 시외로 가면 빈차로 돌아올 확률이 높은데다 요금도 지역 택시보다 싸기 때문에 시내에서 손님을 계속 태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원시의 택시 수는 4710대로 고양시(2844대)와 성남시(3605대), 부천시(3472대) 등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그만큼 택시 관련 민원도 많을 수밖에 없다.

 수원시를 비롯한 교통전문가들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지역 택시 사업구역과 요금체계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재룡 경기연구원 교통연구실 연구위원은 “연말연시 사업구역을 벗어나는 택시운행을 거부하는 것은 승차거부가 아니지만 이용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도와 일선 시·군간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사업구역을 통합하고 요금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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