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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지는 제주말 살리젠 수업, 메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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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부터 제주도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서 제주어를 배운다. 제주도의회는 앞서 14일 ‘제 주어 교육 활성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제주어 보존과 활성화를 위해서다.

제주, 학교서 사투리 가르치기로
아래아 모음 등 남아 ‘고어의 보고’

 제주도에서도 최근 제주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제주어보전회에 따르면 도민의 1~2%만이 제주어를 제대로 한다. 이마저도 대부분 80대 이상의 노년층이다.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제주도 학생도 올해 가장 주목받는 제주어가 된 ‘맨도롱 또똣’(기분 좋게 따뜻하다)을 TV 드라마 제목이 된 후에야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햅주’(~했지), ‘~이랑마랑’(~는커녕), ‘~문’(~면) 등을 즐겨 사용하는 걸 제외하고 단어 활용 수준은 사실상 뭍의 학생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례는 제주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 도교육청이 각급 학교의 제주어 교육, 자료 개발, 교사 연수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어 교육주간’도 운영하도록 했다. 교육이 본격화하면 제주 관광의 키워드 ‘혼저옵서예’(어서 오세요)는 물론 ‘와리지 마이’(조바심 내지 마라), ‘속솜해이’(조용히 이야기해라) 등 봐도 모르겠고, 들어도 못 알아챌 외국어 같은 제주어를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도민 성덕윤(80·서귀포시 예래동)씨는 “소라지고 있는 제주말 살리젠 학교에서 수업한다니, 메께라(사라지고 있는 제주어를 되살리려고 학교에서 수업한다니, 놀랍네)”라고 했다.

 제주어는 언어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른 지역에서 사라진 아래아(·) 등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고유한 형태가 남아 있어 ‘고어의 보고’로 불린다. 단순히 방언으로 보지 않고 ‘제주어’ 자체로 보는 관점도 있다. 강영봉 제주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국어사·방언학적으로 제주어는 방언을 넘어 하나의 별도 언어로 볼 수 있다. 제주도는 한반도와 바다로 단절돼 옛말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만다린(베이징 표준어)·광둥(廣東)어로 나누듯 따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심각한 소멸위기 언어’로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한 나라의 방언(vernacular)을 넘어 고유 언어(language)로서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변에서 제주어 원음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들엄시민(듣다 보면) 제주어’ 사업도 추진한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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