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맨유, 벼랑 끝의 반할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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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선 캡처]

'SORRY'.

영국 언론 '더 선'은 지난 25일자 1면 헤드라인에 루이스 판 할(64·네덜란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의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를 달았다. 지난 24일 판 할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경질설을 보도한 언론들에게 사과를 요구한 다음날이다.

더 선은 'WE'RE SORRY(유감이다)' 라는 문구 아래 조목조목 '당신이 6번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해서', '당신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해서', '당신이 1위에서 5위까지 떨어져서', '팬들이 눈물 날 만큼 경기가 지루해서'라는 이유를 밝히며 판할을 비꼬았다.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신문이 나온 이후인 26일 잉글랜드 스토크 온 트렌트의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에서 0-2로 졌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3연패에 빠지면서 6위(8승5무5패)에 머물렀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하면 최근 4연패이자 7경기 연속 무승이다. 1878년 창단한 맨유가 한 시즌에 4연패를 당한 건 1961년 이후 54년 만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의 3위를 이끈 판 할 감독은 지난 시즌 맨유 감독을 맡아 프리미어리그 4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엔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등 성적이 더 좋지 않다.

맨유는 판 할 감독 부임 이후 선수 영입에 무려 2억5000만 파운드(약 4500억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실패작이 더 많다. 올 시즌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568억원을 주고 데려온 멤피스 데파이는 이날 황당한 헤딩실수로 선제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르미안, 루크 쇼, 발렌시아 등도 줄부상을 당했다.

맨유 팬들은 맨유 추락의 원인으로 판 할 감독의 권위적인 지도 방식을 꼽고 있다.맨유 팬들은 27년간 38차례 우승을 이뤄낸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을 그리워하고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맨유에는 현재 최전방 공격수가 없지만 선수 면면을 들여다면 나쁜건 아니다. 결국 가장 좋은 조합을 찾지 못한 감독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요즘 맨유 축구는 색깔을 찾기 어려울 만큼 특징이 없다"고 분석했다.

판 할 감독은 경기 후 "구단이 나를 경질할 필요는 없다. 내가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다"며 사임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지 언론은 판 할 감독이 물러날 경우 최근 잉글랜드 첼시와 상호 합의 하에 계약해지한 조세 무리뉴 감독이 맨유 감독을 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라이언 긱스 맨유 코치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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