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키다리아저씨’ 올해도 1억22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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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60대 초반의 남성은 대뜸 “잠깐 근처 OO식당으로 와서 돈 받아 가이소”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김미정(38) 모금사업팀장은 곧바로 지난해 연말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를 떠올렸다.

60대 남성 수표·쪽지 든 봉투만 전달 … 4년째 익명 기부

 식당에서 만난 ‘키다리 아저씨’는 김 팀장에게 목례를 한 뒤 외투 안주머니에서 흰색 편지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에는 1억2200만원이 찍힌 수표와 ‘꼭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쪽지(사진)가 들어있었다. 김 팀장에게 이 60대 남성은 “내가 부유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소외된 이웃에게 써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그러면서 인적사항은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키다리 아저씨’의 아름다운 기부는 4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2년 1월 30일 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1억원짜리 수표를 건넸고, 그 해 말에도 1억 2300만원을 전달했다. 이후 매년 연말이면 1억 2000여 만원씩 기부해오고 있다. 이번까지 합치면 전체 기부액은 5억 9600만원이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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