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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속 모습과 조금씩 닮아서 더 정감 가는 그녀…배우 류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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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이름 영자 격투기 유망주. 정작 본인은 경기 따위에 관심 없고, 성질만 더럽다. 인터넷 방송 ‘영자의 먹방’ 운영자로 인기를 좀 끌고 있다. 단순히 “존X 재미있을 것 같아서” 태식의 복수를 돕기로 한다.

감독과의 인연
“엄태화 감독의 단편 ‘하트바이브레이터’(2011)로 처음 만났다. 여기엔 비화가 있다. 감독님이 여고생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 추천을 부탁했는데, 친구가 다섯 명을 소개해주겠다면서 내 사진만 다섯 장 보냈다.”

영자라서 다행이다
“엄태화 감독님은 여자 캐릭터 이름을 늘 지혜로 지어놓는다. 캐물으니 과거 연애사와 관련이 있더라. ‘하트바이브레이터’ 이후 이름 좀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영자이고, ‘숲’에서는 에스더라는 이름이다.”

샌드백 치는 건 어려워
“액션스쿨에서 연습은 했지만 ‘간지’가 잘 안 났다. 다행히 화면에는 짧게 나와서 굉장히 잘 치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에 든다.”

회심의 밀가루 테러 장면
“한 포대를 이 악물고 다 뿌렸다. 잘못 뿌리면 청소는 언제 하고, 다음 장면은 언제 찍나 싶어서.”

엄태구와 권율이 말하는 류혜영
“‘깡’이 대단하다. 어떤 연기도 두려워하지 않고 겁 없이 돌진한다. 싹싹하고 명랑하다.”

연기가 제일 재미있다
“고등학교를 즐겁게 다니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우연히 참여하게 된 단편영화 현장이 정말 좋았다. 연기를 하면서 늙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연기는 지금도 제일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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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소윤(STUDIO)]

류혜영이 '잉여'로 열연한 '잉투기'는 어떤 영화?

‘잉투기(11월 14일 개봉, 엄태화 감독)’는 보고 나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는 영화다. 이른바 ‘똘끼’와 신선한 에너지로 가득한 이 문제적 영화를 탄생시킨 게 과연 누군지. 영화를, 그리고 이들을 주목하시라. 한국영화의 새로운 원석을 발견한 기분이 들 것이다.

잉투기? 모르는 사람에게는 외국어만큼이나 낯선 단어다. 이는 ‘~하고 있다’의 뜻을 가진 영어접미사‘ing(잉)’과 서로 맞붙어 다툰다는 ‘투기’를 조합한 인터넷 용어. 결국 ‘싸우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뜻인데, 실제로 2011년 두 차례 열린 격투기 대회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시작은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그중에도 격투갤러리에서 이른바 키보드 파이터들이 벌인 현피(온라인상에서 다툼을 벌이던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싸움을 하는 것. ‘현실’과 게임용어인 ‘PK[Player Kill]’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 시비였다. 당시 대회를 제안한 이는 격투 에이전시 CMA코리아의 천창욱 대표.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링 위에서 붙어보라’는 취지였다.

엄태화 감독은 잉투기 대회, 그리고 실제 현피 사례를 참조해 영화 ‘잉투기’의 스토리를 구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태식(엄태구)은 사사건건 대립하던 ‘젖존슨’에게 생각지도 못한 현피를 당한다. 이후 인터넷에는 태식이 얻어맞는 동영상뿐 아니라 그의 신상 정보까지 일파만파로 퍼진다. 굴욕감을 느낀 태식은 복수를 다짐하고, 친한 동네 형 희준(권율)과 함께 종합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한다. 체육관 관장의 조카인 영자(류혜영)가 여기에 합류하면서 ‘잉여 삼총사’의 구색이 완성된다. 본래 ‘나머지’를 뜻하는 ‘잉여(剩餘)’는 요즘 젊은 세대가 하릴없고 무기력한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잉투기’의 ‘잉’이 지닌 또 다른 의미다.

인터넷 문화의 고유한 특성과 영화적 문법이 만난 ‘잉투기’는 그 스타일 자체로도 독특하고 기발한 작품이다. 동시에 지금 시대 젊은 세대의 우습고도 씁쓸한 단면을 생생하게 건져 올린 청춘물이다. 뚜렷한 목표 없이 살아가는 태식은 물론 온갖 욕구불만을 인터넷 먹방(먹는 방송)을 통해 해소하는 영자, 부모 덕에 생활 걱정은 없지만 하는 일 또한 없는 희준은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외로움 속에서 허덕이는 청춘들이다. 엄태화 감독은 잉투기 대회에 실제 참여한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발견한 “관심과 인정을 갈구하는 심리”를 영화 속 캐릭터에 녹여 넣었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결국 외로움 때문인 것 같았다”는 게 감독의 해석이다. 이 영화에서 세 인물이 벌이는 고군분투가 마냥 웃기고 한심한 짓거리로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다.

대표작

류혜영(24)은 시청자들에겐 낯설지 모르지만, 독립영화계에선 이름난 스타다. 수많은 독립영화로 연기력을 다진 그가 처음으로 출연한 장편 ‘잉투기’(2013, 엄태화 감독)에서 보여준 격투 소녀 영자 연기는 정말 강렬했다. 느닷없는 발차기, 살벌한 육두문자, 엽기적인 ‘먹방’ 등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여고생의 폭주를 통해 ‘잉여’로 대변되는 이 시대 청춘의 고민과 방황을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나의 독재자’(2014, 이해준 감독) ‘그놈이다’(10월 28일 개봉, 윤준형 감독) 등 상업영화에도 출연한 그의 매력은 한 성깔 하는 캐릭터 속에 숨겨진 나약한 내면을 공감 가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은 신예임에 틀림없다.


글=이은선 기자

※magazine M 36호(2013년 11월 1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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