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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해외취업 새로운 트랜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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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이태현(24)씨는 졸업을 6개월 앞둔 올해 8월 일본 닛산자동차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우리 회사에 꼭 입사해주셨으면 합니다.” 해가 바뀌면 그는 자동차 엔지니어로서 일본 생활을 하게 된다.

이씨는 시쳇말로 3포(연애, 결혼, 출산포기), 7포(내집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까지 포기)세대로 전락할 뻔했다. 취업을 위해 2학년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이후 대학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공부하는 게 내 미래와 무슨 관련이 있나”라는 회의만 잔뜩 부풀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닛산자동차 인턴에 지원했다. 일어를 배웠지만 작문도 제대로 한 적 없었다.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며 지원서를 썼다. 2주 뒤 닛산으로부터 합격 통보가 날아왔다. 서류전형만으로 최종 합격한 파격이었다. 체류 경험도 없던 그는 일본 내 유명한 공대출신들을 제치고 리더로 선임돼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인턴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부터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학점이 바닥이었던 전공과목에 매달렸다. 다른 스펙은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전기차 관련 엔지니어로서 갖춰야 할 직무 관련 과목만 파고들었다. 전국의 해외취업박람회는 안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올해 5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취업상담회에서 닛산자동차를 다시 만났다. 1시간 가량 이어진 현장 면접에서 곧장 1차 합격통보를 받고, 일본에서 최종면접을 거쳐 합격했다.

이씨는 “해외로 눈을 돌리니 큰 무대가 있더라.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 철저한 자기분석과 희망직무를 파고 들면 해외취업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이모(25)씨는 일찍부터 해외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고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주도하는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과정을 밟은 것도 그 때문이다. 연수비는 무료지만 강도높은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1개월의 국내연수와 9.5개월의 현지 연수로 짜여 있다. 매일 오전 5시 아침점호를 시작으로 오후 4시까지 베트남어를 공부한다.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하루 교육이 끝난다. 철저히 기숙사생활을 하고, 음식도 베트남식이다. 그렇게 연수를 마치면 베트남 현지 기업에 예외없이 취업한다. 이씨도 세계 1위의 가방생산회사 부공장장으로 취업했다. 한국에서 배운 전공과 베트남 현지 적응력을 바탕으로 단번에 간부이자 현지 오피니언 리더로서 발걸음을 뗀 셈이다. 이씨는 “관리자이면서 생산관리를 배우는 수습생”이라고 말했다.

해외취업이 청년 고용시장의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8월 말 현재 해외 현지 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1917명이다. 지난 한해 동안 1679명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국가도 다변화되고 있다. 일본과 호주에 편중됐던 취업 대상국이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에 취업한 청년 대부분은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K-MOVE 스쿨이나 현지 맞춤형 연수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취업을 원하는 청년은 K-MOVE와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마련한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에 입교한다. 1인당 1800만~2200만원의 교육비가 전액 지원된다. 이 과정을 마치면 베트남 현지 40개 기업, 미얀마 11개 기업, 인도네시아 9개 기업에 취업한다. 모두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글로벌형 기업이다. 2012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연수과정을 밟은 200여 명이 전원 취업했다.

해외 연수과정을 거친 취업준비생의 취업률은 상당히 높다. 특히 현지에선 최고 대우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베트남에서 취업한 이모(27)씨는 “국내와 비교해선 급여가 적어보이지만 현지에선 상류층 생활을 할 정도로 높다”며 “현지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MOVE 스쿨을 수료한 사람은 취업비자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이 중 77.4%가 취업했다. 평균 연봉은 2741만이다.

정부는 청년 해외 취업정책을 내년부터 강화할 방침이다. 2017년까지 1만 명을 해외에 취업시킬 계획이다. 특히 대학과 손잡고 신흥국으로 떠오른 멕시코나 중동지역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이미 배재대학은 멕시코 기업실무 행정전문가 양성과정과 중남미 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취업을 원하는 청년을 위한 월드잡 사이트(www.worldjob.or.kr)에 가면 외국기업의 구인 공고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필요하면 멘토를 신청해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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